[인터뷰-①] '해품달' 송재희 "모든 것을 내려놓은 순간 허염이 찾아왔죠"

입력 2012-04-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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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카메라는 그의 진면목을 담아내지 못했다. 훤칠한 키와 조각 같은 얼굴, 곧은 자세는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를 품은 달’에서 완벽한 선비 ‘허염’을 연기했던 송재희의 본모습은 밝으면서도 진지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꾸밀 줄 몰랐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숨겨진 매력이 속속 드러났다.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흔한 배우는 아니었다.

(사진=고이란 기자)

“사실 전 형편없는 녀석이었어요. 부모님이 물려주신 외모가 있으니까 연예인이나 한 번 해보자 싶었죠. 쉽게 돈 좀 많이 벌어서 잘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나도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였을까. 그는 자기 이름 석 자를 알리기까지 길고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 괜찮은 배우가 눈에 띄지 않은 데에는 소속사 문제도 컸다. “5년 동안 같은 기획사에 있었는데 기대만 주고 기회는 주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좀 더 독하게 맘먹고 빨리 정리했어야 했던 거죠.”

미래가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절, 나이 서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송재희는 주변 시선이 두려웠다. 이름뿐인 배우의 삶은 그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까울 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 건 그때쯤이었다. “실제로 목을 맸어요.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정신을 차리고 목에 매인 줄을 허겁지겁 풀었죠. 이제 나도 좀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울었어요.”

(사진=고이란 기자)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송재희는 다시 태어났다. “전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배우가 돼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없었어요. 어리석었죠. 그때부터 연기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그러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차라리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연기를 접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이었다. 기적처럼 ‘허염’이 찾아왔다.

“(오디션에) 정말 마음 편하게 갔어요. 아마 그 점을 감독님이 좋게 보신 것 같아요.” 마음을 비운 그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해를 품은 달’의 허염을 품었다. “처음으로 ‘운’이란 것을 느꼈어요. ‘로드넘버원’ 오디션을 볼 때는 매번 다른 군복을 입고 흙까지 묻히고 갈 정도로 외적인 부분에 신경썼었는데 이번엔 그저 역할을 충실하게 표현해야겠다는 점만 생각했죠.”

송재희가 바라보는 허염은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결코 등장 분량이 많지 않지만 드라마의 핵심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바뀐 초기에는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었다. “정말 힘들었어요. 저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으니까요. 제가 드라마를 망치고 있다는 소리로 들렸죠.” 그는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극 중 불행이 한꺼번에 겹쳐 저만 노안이 진행된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란 내용의 재치있는 글을 올려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었다. “사실 그건 3~4일 동안 힘들어하다가 쓴 트윗이었어요. 영혼이 칼로 긁히는 듯한 느낌에 괴로워했죠. 집중력이 완전히 흐트러졌었어요. 어떻게 하면 젊어보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만 하고요.”

(사진=고이란 기자)

(인터뷰-②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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