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워킹맘의 비애 "안심하고 맡기고 일할 수 없을까요"

입력 2012-03-22 08:57 수정 2012-03-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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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육아 휴직제도·유연근무제…상사 눈치보여 실제 사용 못 해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발버둥 친다. 두 가지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환경이 먼저 뒷받침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워킹맘들이 마음 편하게 일하려면 현실에 맞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린이집 확대 등 제도적인 개선과 함께 눈치 안보고 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회사 내 분위기 조성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늘려야 = 워킹맘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회사 내 보육시설이 있다면 좋겠지만 보육시설을 갖춘 곳은 흔치 않다.

근로복지공단 2010년 말 통계에 따르면 민간 기업과 공사를 포함해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포함)인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 사업장 576곳 중에서 보육시설이 설치된 경우는 179곳으로 전체 중 31.1%에 불과했다. 국내 직장 어린이집(401개) 중 절반이 넘는 222개는 의무사업장이 아니면서도 어린이집을 설치한 셈이다. 다른 보육시설에 직장 어린이집 운영을 위탁한 경우(35개·6.0%)까지 합쳐도 이 비율은 37.1%로 전체 의무사업장중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를 떼어놓고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워킹맘에게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베이비시터를 쓰자니 돈이 많이 들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늦게까지 봐주는 곳이 없다.

전문가들은 사업장의 어린이집 설치의무를 강화하되 워킹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두 가지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은 “직장 내 어린이집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이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민간 보육 비중을 줄이고 국공립 위주로 가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육통계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국내 보육시설 중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5.3%, 사회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지역 사회와 지역 기업이 설치 및 운영을 공유하는 형태의 어린이집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어린이집을 지어 일부를 공공에 환원하고 정부에서도 동네 주민센터나 빈 초등학교 교실을 전환하는 식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치 안보는 분위기 조성 먼저 =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은 워킹맘을 더 힘들게 한다. 맞벌이를 당연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저출산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정작 워킹맘과 아이들은 외면당하고 있다.

이수연 소장은 “제도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눈치 보느라 이를 이용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며 “예를 들어 만 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을 둔 근로자가 1년간 휴직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도가 있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육아휴직은 고사하고 3개월 출산 휴가 조차 눈치가 보여 그나마도 다 못 채우고 출근하는 사람이 많다”며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워킹맘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한 유연근무제도 역시 마찬가지다”고 꼬집었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 진현 수석연구원이 국내 21개 기업에 근무하는 워킹맘과 워킹맘의 관리자 및 동료, 인사담당자에 대해 인터뷰(71명)와 설문조사(1931명)를 실시한 결과, 기업들이 일-직장 양립을 위해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지만 실제로는 상사의 눈치가 보이고(44.1%), 인사상 불이익이 두렵거나(37.5%), 회사의 의지가 부족해서(27.2%) 제도가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킹맘을 배려하지 않는 직장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출산으로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직장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잦은 야근과 예측 불가한 회식 문화도 마찬가지다.

진현 수석연구원은 “워킹맘을 위한 케어 전략으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근무환경을 구축하고 워킹맘 멘토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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