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허와실']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청사진 뒤엔 리스크도

입력 2012-03-22 08:49 수정 2012-03-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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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신도시 개발-대부분 개발도상국 대상 사업 진행…위험성 많아 대금 받는 순간까지 변수

▲카자흐스탄 '애플타운' 조감도
건설사들은 토목과 플랜트 뿐 아니라 신도시개발 분야에서도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도시개발을 위한 해외진출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잘하면 대박이고 잘못하면 쪽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것은 해외도시개발의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신도시 개발은 대부분 개발도상국이나 정정이 불안한 후진국에서 진행한다. 그만큼 리스크도 뒤따른다. 현재 도시개발분야의 해외 진출이 블루오션으로 조명받고 있지만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과 각종 규제, 주택경기 불황 등으로 국내 주택건설의 매력이 사라지면서 건설사들의 해외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어느것 하나 딱부러지게 성공한 사례는 없다.

반면, 도시개발을 위해 해외로 진출한 뒤 회사가 워크아웃에 처하거나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많다. 도시개발 해외진출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해외 신도시 개발 실패 회사 벼랑으로 내몰아 = 현재 정부는 세계 각국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 수주를 타진하는 등 고사 위기의 국내 주택건설업을 부활시키고자 고심하고 있다. 주로 LH가 국내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도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신도시 개발 사업은 사업기간이 길고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개입되는 대규모 투자 사업인 만큼 위험도가 높다. 사업의 수주 또는 계약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완공과 분양은 물론 공사대금을 모두 받는 순간까지 수많은 변수와 맞서야 한다.

일례로 국내 업체의 해외부동산 개발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우림건설의 카자흐스탄 ‘애플타운’은 사업 추진 중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회사의 워크아웃 등으로 인해 수차례 좌초 위기를 겪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애플타운 프로젝트는 총 4조5000억원을 들여 대지면적 27만5448㎡를 개발하는 도시개발 사업이었다. 총 5개 블록 2714가구 규모의 주택, 주상복합 500~900가구, 오피스텔 2개동, 1만5000평 규모의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성공만 하면 시행사에게 대박을 안겨줄 수 있었다.

당시 시행사인 우림건설은 ‘애플타운’ 조성 성공을 위해 3차례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총 6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애플타운 사업이 난항을 겪은 것이 2009년 우림건설의 워크아웃 돌입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우림건설은 애플타운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 결국 상업시설을 줄이고 주택 비중을 늘리는 등 사업계획 조정을 통해 사업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중동 정정 불안은 주택사업에 있어 최악의 리스크 = 중동의 민주화 바람 등 감잡을 수 없는 외국 정세 속에서 국내 업체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중견 건설사인 원건설이 리비아에서 추진 중인 주택건설 및 신도시 개발 사업이 리비아 사태로 인해 중단된 예가 대표적이다.

원건설은 지난 2010년 3억700만달러 규모의 데나르 지역 고급빌라 신축공사를 수주한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성원건설이 추진하던 1조원 규모의 토브룩 신도시 개발공사를 인수하는 등 리비아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리비아 사태가 확대되면서 데나르 아파트 건설공사와 토브룩 도시개발공사현장 근로자 1800여명이 모두 철수해 공사가 전면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금융비용 발생과 함께 미수금 회수 지연 등으로 경영악화를 초래했다.

현재 리비아 사태가 끝났지만 반정부 시위대의 활동이 멈추지 않는 등 여전히 정국이 불안한 상황이어서 공사가 언제부터 정상적으로 재개될지, 리비아 정부로부터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원건설 관계자는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공사 재개 여부를 조사하는 중이며, 리비아 과도정부가 총선을 거쳐 내각이 구성된 이후에야 재진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현지 법인장 불법행위 따른 소송… 사업진행 멈춰 = 발주국의 행정제도가 취약한 데다 현지 관계자들을 관리·감독하는 게 쉽지 않다보니 언제든 불법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해외 신도시 개발의 애로사항으로 꼽힌다. 이로 인한 사업 지연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의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STX건설이 추진하는 가나 20만가구 주택건설 사업이 현지 법인장의 불법 행위로 지연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지난 2009년 8월 가나정부가 현지 한국대사관에 주택건설사업을 협조 요청하면서 급물살을 탄 이 프로젝트는 완벽해 보였다.

STX건설은 이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가나에 현지 합작법인 설립한 뒤 가나정부와 3만가구 시범주택 건설계약까지 체결했다. 전체 20만가구를 짓는 100억달러는 가나정부의 지급 보증으로 시공자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고, 지분은 STX 67%, 가나업체 33%씩 나눠가졌다.

별 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업은 현지법인 CEO인 BK 아사모아(Asamoah)가 인감을 위조하고 허위로 주주변경을 추진하는 등의 불법행위 의혹이 불거지며 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이 사건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며, STX는 소송 승소시 당초 계획대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송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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