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한강르네상스]시장 바뀌자 올스톱…한강은 말이 없고

입력 2012-03-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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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 수억원씩 '뚝뚝'·여의도 기부채납률 차 반대…'강남불패' 사라진지 오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6년부터 한강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한강르네상스가 박원순 시장의 당선으로 좌초위기에 처했다. 또한 서울 잠실 주공5단지는 일반주거지에서 상업용지로의 종상향을 요구하고 있어 재건축 재개발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잠실5단지의 한 노인이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임영무 기자)
징검다리 휴일이던 지난 2일 오후 2시경.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상가 앞에 길게 늘어선 자가용들로 좁은 2차로가 거대한 주차장이나 다름 없었다. ‘이들이 봄 이사철을 맞아 아파트를 알아보려는 수요자일까’ 라는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꿨다. 수십여개 중개업소가 들어찬 이 곳에서 만난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매수세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라고 말한다. 그곳에는 이미 문을 걸어 잠그고 자리를 비운 중개업소가 이곳 저곳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L공인중개 대표는 “손님을 놓치면 물먹는 걸 알지만 (손님이)올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저렇게 가게를 비워 놓는 것”이라고 했다.

박원순 시장의 취임 이후‘강남불패’의 본거지인 압구정동 마저 급매물 외에는 거래가 실종된 상태였다. 단지별로 차이가 있으나 수억원씩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최대 5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 개발계획이 발표됐던 지난 2009년 상반기 당시 16억9000만원까지 거래됐던 현대 사원아파트(14차) 99㎡(공급 기준)이 지난 2월 11억9000만원에 계약됐다. 층수와 향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최근에도 급매물이 11억원대에서 거래가 되고 있어 최고 5억원까지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이는 박 시장이 취임(14억~15억원)한 이후에도 3억원 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큰 평형은 가격 하락폭이 더 크다. 지난 1월 인근의 압구정 현대 1,2차 213㎡은 3층이 23억6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아파트는 수년전 가격 상승기 때 33억원까지 거래가 된 바 있다. 최근에는 로열층이 27억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가 전혀 없어 실거래가 추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H공인 대표는 “현대 1차가 27억원이면 2007년말 미국 금융위기 당시 가격에도 못미치는 것”이라며 “그래도 매수세가 없어 25억원 선까지 가격을 내려야 거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
사정이 이렇다보니 압구정동 분위기가 크게 격앙돼 있다. 겉보기와 달리 압구정동 단지가 낡아 비오는 날 비가 새는 등 불편이 커 재건축 대한 욕구가 커지는데 기자가 만난 일부 시민과 부동산 관계자는 “하루 종이 같이 앉아 있어봐라. 사람 구경할 수 있는지 봐라”라며 “불난 데 부채질 하러 왔느냐”며 격분하기도 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또 다른 핵심지구인 여의도(전략정비구역)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시장이 이끌던 당시 부터도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박원순 시장 이후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가장 단지가 큰 시범 아파트 118㎡ 경우 최근 8억 5000만원 이하에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이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 계획이 발표돼 가격이 급등하던 2009년 하반기에 비해 무려 3억5000만원까지 하락한 것이다.

여의도 광장,시범,삼익아파트 등 기존 단지 통합(3개 구역)개발은 이미 물건너 간지 오래다. 기존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하던 계획인 데다, 단지별로 기부채납율이 크게 차이가 나다보니 재건축 조합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W공인 관계자는 “시범은 60%, 삼익은 40% 등 기부 채납률이 천차만별이다. 주민들이 납득을 못한다”며 “오세훈 시장때도 (재건축)추진이 어려웠다가 박원순 시장이 와서 확인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유도정비구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표적인 지구인 반포지역도 최근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부동산이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 없었다. 매매는 커녕 전세도 재계약이 많아 시장이 잠잠하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잠원동 한신 2차 단지 내 K부동산은 봄 이사철임에도 오후 4시 이후 한 시간이 지나도록 문의전화가 없는 등 한산하기만 했다.

K부동산 대표는 “계약서 써본 지 오래돼 기억이 없다. 지난 연말부터 손님이 없어 교회 가요교실과 댄스학원을 등록해 배우며 소일하고 있다”며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찾아온 지인과 수다떨기 삼매경으로 시간을 때웠다.

이날 마주친 은마 아파트 주민도 “서울시가 사유지에 도로를 낸다고 한다. 이렇게 한다면 은마는 리모델링하면 된다는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재건축 승인 보류로 이슈가 된 인근 한신 6차(신반포 6차)역시 가격이 약세다. 지난 2006년 리먼사태 이전에 최고 11억5000만원까지 가던 114㎡이 최근 급매물은 9억5000만원에도 나온다. 로열층은 9억8000만원에도 매물이 있지만 매수세가 없긴 마찬가지다.

S공인 관계자는 “반포지역은 박원순 시장 이후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하락했다고 보면 된다. 전세계약도 물건도 없지만 손님도 없어 거래자체가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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