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타임 전문가 칼럼]아빠와 2명의 자녀와의 놀이법

입력 2012-02-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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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장
아들이 8살 때,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다. 우리집 마스코트인 아들은 환영을 했고, 피디는 아들에게 아빠와 어떤 놀이를 하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지도찾기라고 말하며 설명을 한다.

그러자 피디가 자신과 시합을 해서 이길 수 있냐고 물었고, 아들은 승리를 장담했다. 넓은 세계지도를 바닥에 놓고, 필자가 나라의 이름을 말하면 먼저 찾는 사람이 이기는 규칙으로 5판 3선승제의 게임이다. 첫 문제는 비교적 큰 나라를 문제로 냈더니 냉큼 피디가 이겼다.

아들은 0.1초 차이로 졌다. 즉시 땅을 쳤다. 그 다음부터는 아주 작은 나라를 문제로 냈더니 아들이 이겼으며, 연달아 3문제를 모두 이겼다. 결국 아들이 3:1로 피디에게 역전승을 거두었다. 아들은 우쭐하며 승리의 기쁨에 몸을 흔들고 춤을 춘다. 피디는 패배를 인정했다.

아들이 세계나라의 위치를 잘 알 수 있는 이유란 그 당시에 주로 4학년 딸과 지도찾기 놀이를 자주한 덕이다. 1학년과 4년의 시합이라면 당연히 4학년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고 사실 처음에는 몇 달간은 그랬다.

그러나 그 후, 아들은 와신상담하며 혼자서도 지도책을 보더니 이내 이기는 횟수가 많아지더니, 이젠 딸이 아들에게 종종 영패를 당한다. 아들은 아빠만 보면 지도찾기를 하자고 졸랐다.

사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다양한 형태의 놀이를 함께 했다. 그런데 아빠의 역할은 주로 심판이었다. 지도 찾기의 경우, 아빠가 나라 이름을 말하면 아이가 찾는 방식이었다. 그런 면에서 지도는 여러 가지 놀이가 가능했다.

지도에서 그림찾기와 세계 여러 나라의 수도 찾기, 또는 한국의 지명찾기도 했다. 그런데 만일 단순한 지도 찾기만 했다면 아이들이 금방 싫증을 냈을 것이다.

이런 놀이를 할 때, 테크닉이 있다. 보통 3판 양선승제나 5판 3선승제를 하는데 이긴 사람은 만세를 3번 부르고, 지면 박수를 쳐주거나 오히려 이긴 사람이 승리의 세리모니로 엉덩이 춤을 추는 것을 규칙으로 했다.

또는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한다. 이 경우, 사전에 서로 원하는 것을 5개씩 적게 한다. 물떠다주기, 방청소해주기, 책상정리해주기, 다리안마해주기 등이다. 물론 상호 합의가 전제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기면 승자로서 패자에게 당연히 무엇을 해달라고 할 수 있으며 진 사람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 그러나 두 아이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거나 또는 실력이 현격하게 차이가 날 경우, 어드밴티지 룰을 정해야 실력차이를 좁힐 수가 있고, 그래야 재미가 배가 된다.

종이비행기 투호란 비행기를 날려서 휴지통에 누가 많이 숫자로 승패를 결정하는 시합이다. 거실중앙에 휴지통을 놓고 소파에 앉아서 비행기를 날린다. 이런 경우, 아빠는 심판이다. 서로 번갈아 날리기를 하며, 한번 넣을 때마다 정(正)자 표시를 기록한다. 보통 10개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쉽게 넣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 실제로 해보면 매우 어렵다. 비행기를 날리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지만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력발휘가 어렵다.

더구나 들어갈 듯 하다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애간장을 태운다. 이런 놀이를 끝내면 승패는 갈리지만 사실,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이미 아이들의 몸속에 엔도르핀이 마구 솟아난다.

벌칙으로 패자는 승자에게 이불배 태워주기, 박스자동차밀어주기 등을 해도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는다.

두 명의 아이와 놀이를 할 때, 아빠의 역할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지켜보며 응원하기: 베게를 농구공과 같이 사용하는 ‘베게덩크 슛’ 등을 할 때 역할이다. 두 아이가 거실에서 서로 맞은 편에 서서 있는다. 한 아이는 베게를 가지고 있고, 다른 아이는 팔을 벌려서 농구링을 만든다.

그러면 달려가서 덩크슛을 한다. 이 때, 링을 만든 아이는 던지려고 할 때, ‘슛~’을 외치고 들어가면 ‘골~인~’을 외친다. 두 아이가 번갈아서 한다. 아빠는 ‘잘했어~’등의 추임새를 넣어주면 된다. ‘이불배 끌어주기’도 비슷하다.

거실 끝에서 한 아이가 이불위에 눕고, 다른 아이가 이불을 끌고 왕복을 한다. 끝나면 두 사람은 역할을 바꾸면서 한다. 두 아이가 지칠 때까지 해도 된다.

2. 기록적기: 만일 하나의 장난감을 두 아이가 원한다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자. 아이들은 큰 소리로 외쳐야 재미있다. 먼저 10판을 이기면 장난감을 1시간 동안 갖고 놀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진 아이가 놀 수 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아이에게 정(正)자 표시를 종이에 하나씩 적는다. 이 놀이의 경우, 승패가 결정나려면 최소한 15번 이상을 해야 하는데 큰소리로 악을 쓰며 하게 한다.

그러면 승패가 결정될 때는 이미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후가 된다. 그러면 이미 욕심은 사라지고 지는 아이라도 1시간을 잘 기다려준다.

3. 규칙만 알려주기: 숨박꼭질은 아빠가 아이에게 규칙만 알려주고 소파에 앉는다. 술래가 1~10까지 세거나 아니면 ‘꼭꼭숨어라 머리카락보인다’를 10번 외친 후 찾는다. 술래가 찾으면 역할을 바꾼다. 아이들의 호기심 본능을 자극하는 놀이로서 여러 번을 해도 재미있으며 나름대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며 놀기도 한다.

4. 숫자세기: 베게 장애물경기는 거실에 베게 10개를 원형으로 놓는다. 그리고 두 아이가 돌면서 베게 사이를 넘는다. 아빠는 ‘한바퀴, 두바퀴...’를 외치기만 하면 된다. 30바퀴 정도 돌면 아이들은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 이상 놀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5. 문제출제형: 지도놀이는 그림찾기, 나라찾기, 지명찾기 등이 있다. 아이의 나이를 고려해서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두 아이의 나이의 차이가 실력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럴 경우, 처음부터 작은 아이에게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큰 아이에게 그 이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보통 5판 3 선승제를 하는데 문제 출제는 아빠가 낸다.

이기면 만세를 3번 부르고, 지면 박수를 치게 한다. 바로 놀이를 통하여 승자의 기쁨도 알게 하고, 패자의 슬픔도 느끼게 된다. 바로 병가지상사(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를 알게 된다.

6. 야외심판: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이나 넓은 곳에 가면 본능적으로 달리고 싶어한다. 그러면 아빠가 목적지를 정하고 두 아이가 달리게 한다. 물론 여기서도 두 아이가 비슷하게 도착할 수 있게 어드밴티지 룰을 정하여 작은 아이에게 출발 시 유리하게 한다.

우리는 관념상으로 자녀가 한 명이라면 두 명보다 놀이가 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한 명과의 놀이가 두 명보다 훨씬 어렵다. 양육과 놀이에 있어서 한 명인 경우, 엄마와 아빠가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그 이유는 한 명인 경우, 아이와의 놀이에 아빠가 전적으로 참여를 해야 하므로 심판이 될 수가 없다. 또한 아빠는 모든 놀이의 종류를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해야하고 또한 참여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점이 아빠를 더욱 피곤하게 한다. 놀다가 조금만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어도 아이는 금방 눈치를 채고 싫어한다. 중간에 그만 두자고 하면 아이가 삐치기도 한다.

도대체 아빠에게 여유가 없다. 그러나 아이가 둘이라면 아빠가 오히려 여유가 있다. 그 핵심은 바로 아빠가 심판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놀이가 정해지면 아빠는 그저 심판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희로애략은 두 아이의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저 약속을 정하고 서로 하게 하면 된다.

보너스로 두 아이와의 놀이를 통하여 다양한 인성이 형성된다. 가위바위보를 통하여 질서의식을 알게 되고, 승자와 패자를 자주 경험하게 됨으로서 이기려는 강인한 정신을 통하여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향상시킨다.

또한 놀이를 통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됨으로서 소통이 원활해지며 언어발달은 저절로 향상된다. 이제 두 아이를 키운다면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아이들과의 놀이에서 심판의 역할을 해보자. 그러면 아빠는 힘도 들지 않고, 두 아이와의 놀이과정을 통하여 많은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키즈타임(www.kiz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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