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상표 왜 베껴" 유통가는 상표권 소송전쟁 중

세정·형지 '올리비아' 이름 비슷…LG·웅진도 '리엔'으로 대법원행

유통가의 상표권 전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표권의 의미가 막대해지면서 자신들의 고유 표장(標章)을 지키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소송을 넘어서 CEO들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한치의 양보없는 혈전이 펼쳐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업계 맞수로 꼽히는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과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최근 올리비아로렌·올리비아하슬러 관련 상표권 소송을 벌이며 서로의 자존심을 긁고 있다.

지난 2005년 세정이 론칭한 여성복 올리비아로렌과 2007년 형지가 론칭한 올리비아 하슬러는 두 브랜드의 이름이 비슷해 구별이 잘 안된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8년 형지가 세정에 ‘상표권 무효심판’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세정이 승소판결을 받으면서 형지는 2심 재기를 요청했으나 합의하에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해 소송분쟁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작년 3월 세정이 형지를 상대로 다시‘상표권 무효 및 부정경쟁방지법’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사는 소송전쟁이 들어가게 됐다.

세정 관계자는 “(형지가)가두점 간판 색상을 올리비아로렌과 유사한 퍼플색상으로 변경해 마치 동일한 브랜드처럼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고 입점 위치까지 비슷해지고 있다”며 “간판만이라도 바꿔 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브랜드 정체성에 훼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정과 형지의 상표권 판결은 오는 3월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상표권 관련해서 법적 다툼을 계속해온 LG생활건강과 웅진코웨이는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0년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이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론칭한‘리엔케이’화장품이 발단이 됐다. 평소 브랜드 로열티에 애착이 많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으로서는 자사 제품 ‘리엔’과 유사한 상표명을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 재판부의 승리는 웅진코웨이에게 돌아갔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리엔과의 유사한 상표명으로 소비자의 혼동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고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는 “미투 전략 등은 한 기업이 많은 노력으로 만들어낸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유통대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상표권 분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