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新) 고부갈등 “며늘아가, 난 네가 더 무섭다”

입력 2012-01-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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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에 맘 고생하는 사람은 며느리뿐만이 아니다. 돈 버랴, 집안일 하랴 힘든 며느리 앞에서 오히려 하고 싶은 말도 꾹 삼키는 것이 요즘 시어머니들이다.

고된 시집살이를 경험했지만 과거와 달리 교육 수준이 높은 요즘 시어머니들은 같은 여성으로서 시집살이나 평등한 가정문화 등에 대해 며느리와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래서 며느리를 노동,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게 해주려고 애쓰는데, 엥? 이게 왠일? 이건 너무 하다 싶어 상담을 하는 시어머니들이 생겨난다고 한다. 김미영 서울 가정문제 상담소 소장이 밝히는 신 고부갈등 사례를 소개한다.

# 며느리야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렴 = A씨는 결혼한 아들 부부를 귀찮게 하지 않기로 했다. 결혼 전 집을 드나들며 친하게 지내던 며느리와 아들이 거처를 마련한 뒤 A씨 부부를 초대했다. 며느리가 처음으로 차려주는 밥상이라 기대했건만 식탁을 본 A씨는 그만 깜짝 놀랐다.

A씨 본인과 친정어머니가 보내준 반찬을 꺼내 뚜껑만 열어 상을 차려놓은 것이다. 처음 받는 밥상이라 내심 기대했건만 비닐에 쌓인 반찬을 받는 것은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것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치가 없어 김치를 요구하자 며느리는 싹싹하게 김치통을 꺼내 가위로 자른 뒤 가위로 집어 시어머니 밥상에 올려놓았다.

-김 소장 = “나무랄 일이 아니라 가르쳐야 할 일이다. 요즘은 가정과 학교 모두 식탁 예절 등 가정교육에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시어머니가 서운한 감정은 잠시 뒤로 하고 무엇이 그른지 잘 알려주면 ‘어머니 죄송해요’라고 말하며 미안해한다. 만일 이런 실수가 거듭되면 가르치려하지 말고 본인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하도록 해야 한다”

# 며느리야, 우리 할 말은 직접 하자꾸나 = B씨는 손주 육아때문에 며느리와 갈등이 있다. 고정수입이 있어 돈 걱정은 없는 B씨는 한 달에 100만원이 안 되는 돈을 받고 손주를 봐준다. 며느리는 종종 생활비를 대준다는 듯 말하기에 ‘이 돈으로 밖에서 사람 구해봐라’라며 불편한 감정을 비췄다. 아들이 나서 중재를 했지만 자신에게 한 말은 쏙 빼고 B씨가 한 이야기만 옮긴 며느리가 곱지 않다. 이후 갈등이 생기면 며느리는 아들과 마주하게 한다.

김 소장 = “시어머니들은 무조건 참는 것이 미덕이고 함부로 시댁 욕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반면 요즘 며느리들은 당당하게 자기 권리를 표현하고 남편에게 불만을 쏟아낸다. 이 때문에 고부갈등이 아들과의 삼파전이 되버린다. 이 경우 최고의 중재는 아들하기 나름이고 다음이 시어머니다. 시어머니는 시댁에서 며느리보다 늘 강자로 군림하기 때문에 직접 말 못하고 아들에게 말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며느리야, 최소한 예의는 지키자 = C씨는 열린 시어머니로 정평이 나있다. 며느리와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사이가 좋다. 명절이라고 아들 내외를 꼭 부르지 않고 서로 편할 때 본다. 지난해 말 구정 때 아들 부부가 연차를 모아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흔쾌히 허락했다. 며느리가 구정 전 연락을 하면 여행 잘 다녀오라고 말 할 생각이었다. 구정 전날 며느리는 전화 한 통, 단 한마디도 없었다. 아들이 공항에서 이번에 못 뵈 죄송하다는 전화 한 통 했을 뿐이다.

김 소장 =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 참석도 않고 인사도 안 하는 경우 무시 받았다는 생각에 감정이 나빠질 수 있다. 그러나 돈 들여 놀러갔으니 즐겁게 놀다오도록 하고 귀국 후 분명 잘 다녀왔다고 연락이 올텐데 그 때 답하지 않는 방식으로 불쾌감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지적하는 것과 생각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혹여 오해가 없도록 ‘여행 가기 전 목소리라도 들려주지 그랬지’라고 돌려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전달된다”

# 너무 다른 가정환경 = D씨의 며느리는 모계가정에서 자랐다. 똑똑하고 능력있고 싹싹한 인상에 결혼을 흡족하게 생각했다. 가정환경이 다른 며느리를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항상 어머니가 가장 노릇을 하고 바깥일을 한 것을 봐서인지 며느리 목소리가 아들보다 컸다. 어머니와 시댁관계를 본 적이 없는 며느리는 시댁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몰랐다. 살갑게 대해도 연락은 커녕 만나도 남 같은 며느리에게 한 소리 하자니 아들 기 죽을까봐 말도 못 하고 있다.

Tip= “극히 드물지만 실제 상담 사례로 상담이 쉽지 않다. 이것도 일종의 불평등이지만 모계 가정에서 자란 며느리의 경우 어머니가 할머니와 관계 맺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시댁과의 관계가 더 서툴다. 남편이 제 역할을 못하면 대물림될 수 있으므로 전문 상담가를 함께 찾는 것이 최선이다”

# 잘 해줘도 문제니 = 물가와 건강 걱정에 E씨는 며느리에게 각종 밑반찬과 먹을거리를 보냈다. 요리하고 직접 포장하고 우체국에서 부치기까지 수고를 들였다. 그런데 며칠 뒤 E씨 앞으로 택배가 배달됐다. 발신자는 며느리. 자신이 정성스레 부친 조기, 각종 나물, 절임 등등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맞벌이를 하는 며느리는 집에서 거의 식사를 안 한다며 한 번 먹을 것만 덜어 보냈다고 전화를 했다.

Tip = “내가 잘 해주면 며느리도 잘 해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물어보고 필요할 때 해주면 좋아하지만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주는 것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처치 곤란이다. 잘 해주되 섭섭하게 하지 말고 적당하게 하고 적당하게 받아라. 밀착되지 않은 적당한 존중과 적당한 경계가 며느리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김 소장은 며느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만 문제가 있는 시어머니들에게 “그냥 한 독립적인 세대를 가진 자녀라는 생각으로 며느리의 의견을 자주 묻는 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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