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환경이 악화되면서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0% 또는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럽 금융시장 불안에 수출타격도 강하게 예상된다. 유럽발 불안이 미국, 중국 등에도 영향을 줘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될 경우 내재돼 있던 고용불안이나 가계부채가 재부상해 올해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15일 은행권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4분기부터 성장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으나 올해 1분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한국 경제 전망에서 "한국은 1분기에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충격과 중국의 수요 부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며 전기 대비 -0.1%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전망치 5%에서 대폭 줄인 3%로 제시했다.
스위스의 대형 금융그룹인 UBS도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로 1.9%를 제시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후반으로 갈 수록 높아지는 흐름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도 1분기 성장률이 0% 또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 수출위축을 채워줄 내수투자와 소비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유럽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 한국 경제는 당초 계획한 연간 3%대의 성장을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예측은 국제 은행권의 전망과도 맞아 떨어진다. 국제 투자은행(IB)들은 유로존이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로존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을 -1.7% 예상했고 JP모건과 바클레이는 각각 -1.5%, -0.6%로 추정했다. 플러스 성장은 3분기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경제가 침체되면 한국의 대유럽 수출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이미 징후는 유럽 위기설이 불거진 작년부터 나타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가 EU로 수출한 금액은 543억달러로 5.5% 늘어나는데 그쳐 증가율이 전년(14.8%)보다 9.3%포인트 낮았다. 대 EU 무역수지는 83억달러 흑자로 전년(148억달러)보다 훨씬 적었다.
무엇보다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고용기피 현상 등이 불거져 더 큰 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들과 저신용등급자, 저소득자들의 연체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위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사정도 나빠질 수 있다.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둔화하면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경제연구소와 증권사들은 올해 취업자 수가 작년 40만명에 비해 절반을 약간 웃도는 20만명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서비스업도 작년보다 고용이 부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