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당시 물가상승률은 전 세계적으로 높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각국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각국별로 물가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펼칠 전망이어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된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지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 올랐다. 전달에 비해 2.1%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도 각각 6.6%, 4.2% 올라 전달 대비 0.5%포인트씩 내렸다.
물가 상승률 하락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통화정책은 경기에 주안점을 둘 여지가 커진다. 더욱이 이들 국가는 정책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은 뺀 실질금리가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릴 통화정책 운용폭이 그만큼 넓다.
반면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현 물가 수준이 목표치보다 높거나 상단에 턱걸이하고 있다. 노진영 한은 국제종합팀 과장은 “인도의 실질금리가 -1.5%를 기록하는 등 이들 국가들의 실질금리 정책 수준은 완화적이다”며 “아직 금리 정상화를 지속할 유인이 높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등 대외여건은 크게 나쁘지 않다. 나정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내리막에 접어들 것으로 보임에 따라 장기간 금리 동결 내지는 하반기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금통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