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그래도 희망을 "가져 보아요~~"

입력 2011-1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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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부국장 겸 증권부장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언제 좋은 때가 많지도 않았지만, 요즘 들어 많이들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경기는 더 나빠진다고 하고, 소득은 기본이 동결이고 내려만 간다. 서민들의 불만은 이미 최고점에 와있다.

나라 경제는 그런대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국민소득은 올라가고 있고 경제성장률은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은 비관적이 아니라고 애써 자위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우리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도 우리 물건을 사 주는 외국인들의 살림살이가 궁핍한 실정이다.

서민경제가 죽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기야 대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대기업들도 이제 마냥 돈을 풀 수만은 없다. 잠시 방심하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된다. 세계시장에서의 부진은 곧바로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기업의 존폐와도 연결된다.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대외 변수에 아주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변화와 개혁만이 살길이라고 하지만 피곤한 말로 들린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부자들도 지갑을 닫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연말 백화점들의 매출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특히 고가의 명품 매출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상황은 다르다.

부자들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금융소득과 부동산 경기하락으로 임대소득이 준 데다 매장이나 공장에서 들어오는 수입도 예전 같지가 않은 여파다. 백화점 매출이 33개월 만에 감소하고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두 달째 내리막을 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도 둔화했다.

봉급쟁이들의 삶은 그렇다 손 치고, 영세업자도 마찬가지고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EO들의고민은 이보다 더하다.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면 밤잠이 오지 않는다. 전 같으면 사정사정해서 급전을 융통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신용도나 듬직한 담보물이 없으면 돈 빌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한다.

지난주에 부동산 경기 대책이 발표됐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가 골자다. 어찌보면 이번 대책은 풀어줄 수 있는 것은 다 풀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값과 땅값이 하락할 대로 하락한 만큼 부자님이시여 여유가 되신다면 부동산을 사주세요”라고 하소연한 셈이다. 부동산 경기 여하에 따라 실물 경기가 크게 변동되고, 국민들의 자본소득 및 이자소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우리의 경제구조에서는 부동산이 나라 살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의 재정난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하루 하루 보도되는 외신을 보면 하루는 나쁘다 하루는 그래도 괜찮다는 식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뭐가 진실인지, 어디까지 갈 것인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 없다.

내년도에는 대선과 총선도 맞물려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사퇴로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권 몸싸움도 여전하다. 민주당은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야권통합을 위한 결의안을 진통 끝에 의결했다.

네탓내탓 공방을 떠나 구심점이 되어줘야 할 정치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이런저런 헛 공약들이 판을 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지금같이 어려운 현실을 감춘 그럴듯한 얘기들이 국민들의 눈을 현혹할 가능성이 많다.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고 바른 길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뚜렷한 해결책 제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한미 FTA 관련해서 잘못된 정보들이 사람들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본인들 이익에서 벗어나 순수한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할 NGO 들도 정치 성향이 너무 짙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금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의 모습을 바로보고 참는 것만이 정도(正道)일 수 있다. “무작정 희망을 가져보아요”라고 말을 하면 안된다. 정확한 판단은 정확한 실상 파악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년 대선-총선 후보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할 것이잖아요. 누구보다 문제점을 잘 알잖아요. 잘 실천을 하지 못해서 탈이지만요. ㅋㅋ~~. 그래서 희망을 가져보아요.” 개그 프로그램의 멘트가 귓전에 맴돈다.

용기있는 리더는 사탕발림으로 사람들을 꼬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고백하고 고통을 성공으로 이끌어 내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신력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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