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터뷰]허준영式 리더십, 철도 경영을 바꾸다

입력 2011-11-23 11:37 수정 2011-11-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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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허준영 사장, "노사 갈등, 원칙·상식으로 풀었다"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서울 중구 봉래동 철도빌딩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고이란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지난 2년 8개월간 재임하면서 원칙과 소통경영으로 코레일의 조직문화를 바꿔 놓았다.

그 결과 전통적 강성노조인 철도노조와 2년 연속 무쟁의 임금 협상을 마무리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기차타기 캠페인 등으로 철도 이용객을 꾸준히 확대하는 결과를 이뤄냈다.

특히 허 사장은 취임 이후 노조의 역할 재정립을 위해 노력했다. 허 사장은 ‘노·사’가 아닌 ‘노·경’을 강조했다. 코레일의 주인은 사측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천명하고, 직원들과 만날때 마다 국민으로 부터 사랑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 지난 10일 철도노조와 2년 연속 무쟁의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철도노조가 강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는 반응이다. 어떤 노력을 했나.

▲ 2009년 코레일 사장이 돼 보니까 철도파업이 연례화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조가 관행적으로 명분없는 파업을 하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노조의 행동에‘원칙대로’를 강조했다. 원칙 가운데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 징계를 준수하는 것이었다. 그 동안 징계 결정이 떨어져도 지키지 않던 관행을 깼다. 파업을 하면 정당한 절차에 따른 징계를 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켰다.

- 원칙만으로 강성 노조가 2년 연속 무쟁의 임금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가. 또 다른 비결이 있다면.

▲ 상식도 강조했다. 노조간부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데 이들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노조간부가 계속 한 곳에서 근무했다. 터줏대감 처럼 역장보다 더 유세를 떨 수 있는 구조였다. 실제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은 조직적으로 ‘왕따’를 당한 사례도 있다. 그래서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뜯어 고쳤다.

-‘철도를 열망하는 녹색생활’이라는 ‘글로리(GLORY : Green Life Of Railway Yearning)운동’을 직접 제안했다고 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했다. 파업 이후 꺾인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고객에게 적극 다가가겠다는 의도였다. 지구 온난화 시대에 기차타기운동이 애국이라고 판단했다. 코레일의 각 역장들이 지역 주민을 찾고 동창회 계모임에 가서 테마여행 붐을 일으키도록 기차타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 글로리운동 전개로 인한 성과는.

▲글로리 회원으로 24만명이 등록했다. 각 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340개 기관과 멤버십 회원까지 합하면 700만명이 동참하고 있다. 기차타기 캠페인을 펼치고 철도변에 꽃길을 조성하고 역의 주민과 스토리텔링 찾기, 유럽처럼 관광명소 만들기, 철도와 지방버스의 환승시스템 구축 등으로 철도수송량이 계속 늘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해 전국 650개 역을 거의 다 돌았다. 시골에 있는 역을 방문할 때다. 역에서 내리면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러 플랫폼에서 악수하고 격려한 다음 기차로 이동했다. 작년에 기관장 평가 결과가 좋아 직원들이 성과급을 많이 받게 된 뒤부터 “사장님,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차가 정시에 떠나지 않아 머리에 손을 얹어 어색해 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웃음)

- 광명역 KTX 탈선과 잦은 고장으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나.

▲기술력을 다시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됐다.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코레일의 잘못이다. 하지만 철도공사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사고 원인은 코레일 내부요인보다 외부요인이 더 컸다. 내부요인은 정비 불량과 직원의 실수이지만 외부요인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차량 제작사의 기술적 결함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 고속철 고장 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탈선 이후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고속철을 세우고 난 뒤 점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작은 고장은 해결했다. 최근 14주 연속 고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철도기술아카데미를 신설하는 등 교육훈련을 강화해 철도기술력 향상에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 철도시설공단과 통합을 주장했다. 통합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취임 당시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이 나뉜 것을 몰랐다. 철로 시공과 건설은 철도시설공단에서, 열차 운행은 코레일에서 맡고 있다. 공단이 건설·시공할 때 비용을 줄이기 위해 건설자 편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코레일과 갈등이 생겼다. 고속철을 수출하려면 철로도 건설하고 운영도 해야 하는데 분리했을 때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것 같다. 이를 테면 2단계 선로 전환기를 설치하고 6개월간 406회의 불일치가 나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 철도시설공단과 통합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코레일의 부채가 대폭 감소할 것이다. 코레일은 매년 선로 사용료로 6000억원을 철도시설공단에 내고 있다. 이는 코레일의 연간 적자폭과 비슷하다. 시공권과 운영권을 동시에 갖고 있어야 책임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다.

대담 = 김덕헌 정치경제부국장 정리 =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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