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승' 황희가 그립다

입력 2011-11-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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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사회생활부장

“저는 전하의 일을 신하에게 전하지도 신하의 일을 전하에게 전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그리 오래 영의정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오.”

지난 주 방영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이도와 영의정 황희가 독대하는 장면에서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이다.

‘황희’는 태평천하를 이끈 세종대왕이 통치하던 시기 18년간이나 영의정 자리를 유지했던 명재상으로 알려져 있다. ‘황희정승’는 국정의 2인자, 명판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인물로 꼽힌다.

어릴 적 읽은 ‘황희정승’이라는 영웅기에서 ‘정승’ 황희는 어떤 문제가 제기되면 묵묵히 듣기만 한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네말도 맞고 네말도 맞다’이다. 제3자가 “네말도 맞고, 네말도 맞다고 하니 그러면 둘다 틀린 것일 수도 있겠군요” 하니 황희는 “그말 또한 옳구나” 한다.

드라마에서의 황희도 다르지 않다. 대신들이 의견을 갑론을박할 때도 지긋이 눈 감고 듣기만 한다. 대신들이 “영감, 말좀 해보시죠”해도 온화한 미소만 지으며 묵묵부답이다.

어제(22일) 한미 FTA가 국회를 통과했다. 예상했던 일이다. 여당도 야당도 대다수 국민도 모두 알고 있었던 일이다. 우리 국회는 항상 그래왔으니까. 다행히 과거 국회처럼 폭력이 난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예상됐던 일이니 국내에서는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최루액을 살포한 것 정도만 얘기거리다.

가장 중요한 순간, 국회의장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언젠가처럼 여당몫의 부의장이 이번에도 총대를 맺다. 야당에 대한 예의일까. 혹은 뭇매를 피하기 위한 술수일까.

이번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됐던 인물이다. 그나마 ‘진보적’ 인사로 평가를 받았던 이다. 그런데 국무총리에 임명된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바뀌었고 동반성장위로 가서는 대통령의 입과 손과 발이 되어 기업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제 야당과 기업의 공적이 됐다. 그는 원래 그런 이였을까. 아니면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한 것일까. 혹은 입신양명에 눈이 먼 것일까.

개개인의 잘잘못을 떠나 일종의 ‘편가르기’가 국가의 최고위층에 번져 있다는 게 문제다.정 위원장이나 박희태 국회의장이나 ‘편가르기’를 벗어던지지 못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좋고 싫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으로 치자면 인간의 세계라면 ‘편가르기’는 어떤 조직도 피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규모가 큰 조직일 수록 편가르기는 심하지만 아주 작은 조직에서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때때로 편가르기가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편가르기는 방치할 경우 조직을 와해시키기는 계기로 작용한다. 편이 일단 갈리면 대화보다는 투쟁만이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정승 황희’의 고민도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황희에 대한 평가는 극과극이다. ‘안도’의 길만 걸었다는 평과 ‘세종’과 함께 태평성대를 열었다는 평이 엇갈린다. 기자의 생각엔 적어도 황희는 ‘대화’의 방법을 알았던 것 같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중재자로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수장의 역할이다. 그렇게 도출된 결과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질 줄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지금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 보니 여당과 야당, 정부와 기업, 혹은 아주 소규모 조직마저도 쉽게 타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네말도 맞고, 네말도 맞다’고 할 수 있는 이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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