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영관 뺏기는 '작은 영화'…설 자리 어디에

입력 2011-11-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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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영화사 필름프론트 대표

영화 ‘사물의 비밀’ 감독 (영화사 필름프론트 대표)인 이영미입니다. 현재 영화계의 돌아가는 상황들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 이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심정으로 기자님들의 마음을 어지럽혀 드리고 싶지 않으나, ‘사물의 비밀’ 감독으로서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해 이 글을 씁니다.

지난 17일 ‘사물의 비밀’이 상업영화로서 개봉했고, 이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이게 된 감동을 느낄 사이도 없이 많은 고뇌가 저를 잠 못 이루게 합니다.

지난 달 20일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11월 2일 기자시사회, 1400명이 참석한 VIP시사회 반응, 그리고 10여 차례의 일반 시사회를 통한 관객들의 좋은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예측 못했습니다. 그만큼 순진했는지도 모릅니다. 개봉 후 현재까지 영화사에 전화가 계속 옵니다. “도대체 이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왜 강남에는 개봉관이 없나요” “시간배정은 왜 이렇냐” 등입니다. 모두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입소문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가서 볼 극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얘기를 듣는 제 가슴은 찢어집니다.

‘사물의 비밀’ 개봉 직전 주에 22개의 영화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개봉했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봉 일주일 전까지 50~100개관을 배급사와 함께 계획했고, 확정적으로 알고 있던 차에 개봉일에 20개도 안 되는 극장 수로 공개가 결정된 점은 놀랐습니다.

그마저도 극장 사정에 따라 한 주도 기약할 수 없다는 현실에 경악했습니다. 아무런 사전 양해도 없이 ‘사물의 비밀’ 상영관을 고스란히 잃어버린 것입니다. 저와 회사 식구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철퇴였습니다.

몇개 안 되는 서울 변두리 극장에서조차 메이저 영화의 포스터들에 밀렸습니다. 심지어 전단 배치도 잘 안 돼 있었습니다. 이런 것조차도 작은 영화는 밀린단 말입니까.

‘독립자본의 상업영화’가 설 길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우리보다 더 작은 독립영화들은 어떤 조건일까요.

제 영화가 한번 볼 가치도 없는 그런 영화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선보여 관객들의 냉정한 반응이든 호응이든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열어주길 바랍니다.

이건 상도의에 어긋납니다. 시나리오부터 투자-배급을 받기 힘들어 결국 저 개인이 발로 뛰어 힘겹게 제작했고, 투자를 끌어오면서 고생했던 모든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옵니다. 결국 영화를 만들고, 열악한 예산에서 최선의 광고홍보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평가와 사랑을 받은 기쁨도 잠깐, 정정당당히 겨뤄볼 기회조차 박탈당해야 합니까.

저는 피눈물이 납니다.

아무쪼록 양식이 있는 배급사와 극장들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뺏긴 50개의 극장을 돌려주십시오.

‘독립자본의 상업영화’와도 함께 공생한다는 믿음을 보여주십시오.

이러한 진정성을 무시함으로써, 모든 걸 다 걸고 영화를 만든, 아무리 힘들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꿋꿋이 한국영화계를 지켜온 사람들을 벼랑 끝에 내몰지 말아주기를 바랍니다.

/이영미 '사물의 비밀' 감독·영화사 필름프론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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