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부실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실사를 하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에 대해 법원은 투자자가 부실기업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을 경우불완전 판매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철퇴를 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양증권이 회사채 불법 알선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직원 한명이 검찰에 구속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검찰 관계자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검찰은 한양증권이 상장 폐지된 기업의 회사채를 불법 알선한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한양증권 IB부서를 집중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IB직원 한명이 불법알선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한양증권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양증권 직원 한명이 부실기업 회사채 발행에 불법 알선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한양증권은 해당 회사채를 산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한양증권은 제대로 된 실사 없이 부실기업의 회사채를 투자자들에게 무리하게 판매해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양증권은 지난 2008년 3월에도 채권 발행인에게 회사채 1000억원의 채권 중 150억원을 인수하면서 인수 대가로 인수물량 전부를 재매도하기로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증권사의 부실기업 회사채 발행 주관으로 회사채를 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법원에서 발행주관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증권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남부지법은 개인투자자 유모씨가 성원건설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키움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키움증권의 불완전판매를 인정해 일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09년 9월 성원건설의 360억원 규모의 무보증 전환사채(CB)를 발행을 주관했었다. 하지만 성원건설은 임금 체불과 노조파업, 부도 등이 이어지면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회사채에 투자한 유씨는 2억7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이 판결이 나자 21일 대한해운 회사채에 투자해 200억원의 손실을 본 일반투자자 130여 명이 회사채 발행 주관사였던 현대증권 상대로 4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1월 대한해운의 유상증자와 회사채발행 주관사로 선정돼 공모를 진행했지만 불과 두달만에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투자자 피해가 컸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해당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며 “현재 금감원은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업무 실태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