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녹십자는 주요제약사들이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역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약가인하 정책의 영향권에서도 어느 정도 비껴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녹십자는 연결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461억75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338억, 당기순이익은 337억7100만원으로 각각 22%, 7.9% 늘어났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제약업체들 상당수는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현대약품과 일동제약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57.5%, 56.5% 감소하면서 반토막이 났고 국내 최대 제약사인 동아제약도 14.9% 줄었다.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의 영업이익도 각각 11%, 36.5%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한 회사는 녹십자를 포함해 LG생명과학(29%)와 종근당(21%) 등 세곳 뿐이다.
특히 녹십자의 실적은 정부가 내년부터 일괄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제약업계의 매출 및 이익 급감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상황에 나온 것이라 눈에 띤다.
복지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으로 내년 제약업계 전체 매출액은 2조5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위축과 약국들의 반 품 사태 등 변수를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제약산업 규모가 12조8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20% 가량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의 역성장이 불가피하고 제약사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녹십자는 제약업계에 불어 닥친 찬바람을 비켜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조윤정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리베이트의 법적규제와 혹독한 약가인하로 제품력에 따른 진검승부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는 약가인하 정책에 가장 피해가 적은 종목으로 녹십자와 동아제약을 최선호주로 추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와 약가인하 압력 속에서도 녹십자의 실적과 해외 파이프라인 모멘텀은 견고하다”며 “기존 제품의 약가인상을 통한 마진제고는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녹십자처럼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과 마진제고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