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정상'없는 사막, 그 광활한 아름다움이란…

입력 2011-10-31 13:24 수정 2011-10-3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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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산멍 '바단지린 사막'

봄이면 어김없이 이런 뉴스가 들려온다. "내일은 중국의 내몽골고원과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불행히도 요즘 황사는 계절 구별이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계절에 상관없이 불어온다. 가을과 겨울에도 황사가 관측될 정도. 그 덕분인지, 우리나라 초등학생이면 '고비사막'이 중국에 있다는 걸 상식으로 알고 있다.

중국의 사막화는 아주 심각하다. 현재 전 국토면적의 27.5%가 사막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개간, 기온 상승, 강수량 감소 등 지구온난화에 따른 일기 변화가 주요원인으로, 이웃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막은커녕 이렇다 할 모래벌판도 없는 우리나라가 황사의 피해를 입고 있다. 황사는 사막의 2차 피해일 뿐.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면 토양이 침식되고 모래가 집적되면서 생태계 자체를 파괴한다. 이는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생산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나는 ‘사막 여행’을 예찬한다. 평생에 한 번 가볼 여행지로 주저 없이 ‘사막’을 꼽는다. 그 이유는 스티븐 도나휴가 쓴《사막을 건너는 6가지 방법》에 잘 나와 있다. “인생이란 종종 길을 잃고, 스스로를 발견해 나가며, 때로는 사면초가에 처하기도 하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고, 신기루를 쫓기도 하는 것이다. 한동안 길을 잘 가는 듯하다 다시 길을 잃는 과정의 연속이다. 인생의 대부분은 산이 아니라 사막을 닮았다.”

나이 듦에 인생의 우여곡절을 경험하면서 우리네 인생이 산보다는 사막을 닮았다‘는 구절에 절대 공감한다. 정상이란 뚜렷한 목적지가 정해져있는 산행보다 우리의 삶은 훨씬 복잡한 것이다.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고, 가끔은 눈에 보이는 허상을 따라 신기루를 쫓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인생여정은 '정상'이란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인 사막을 닮아 있다.

그래서 당신의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고, 고심해 세운 인생계획이 매번 어긋나는 느낌이 들 때 '진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보라' 권하고 싶다. 사막의 허허벌판은 우리 내면의 침묵의 소리를 듣기에 가장 적합하다. 사막에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광대한 우주 중심에 나 홀로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가 바로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 내 영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지금 손에서 놓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사막이 침묵으로 일깨운다.

이왕 가는 여행, 황홀한 절경을 품은 바단지린(巴丹吉林) 사막을 추천한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 서쪽 끝자락 아라산멍(阿拉善盟)에 위치한 바단지린 사막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사막으로, 그 면적이 4만4,300㎢에 달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토면적이 10만33㎢. 바단지린 사막이 얼마나 광대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뿐 아니라, 바단지린은 타클라마칸과 둔황의 밍사산을 제치고, 중국국가지리가 뽑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이다. 변화무쌍한 사구(砂丘)와 무려 100개 넘는 오아시스를 품고 있다. 높고 낮은 사구를 넘나들며 사막을 가로지르는 짚차가 모험심을 고취시킨다. 수많은 오아시스와 사구를 넘어 하룻밤 머물 사막 한가운데 캠프까지 장장 4시간이 소요된다.

사막에 땅거미가 내리면 내가 서있는 이 땅이 더욱 광대하게 느껴진다. 사방이 완전히 어둠 속에 빠져들자 사막은 또 하나의 황홀경을 선사한다. 찬란히 빛나는 별들,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낸 은하수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이 찌릿한 감동은 삶의 희열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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