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일본이야기] 오키나와 해변서 김선아처럼…

입력 2011-10-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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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머리에 인 코끼리 코 모양의 해안 절벽, 티 없이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 격정적인 탱고 춤사위를 닮은 붉은 노을이 멋들어지게 타들어가는 해변. 이국적 풍광이 펼쳐지는 이곳에선 누구라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빛난다.

누구든 서 있기만 해도 화보의 한 장면이 되는 그곳, 일본 오키나와는 지난여름 드라마 ‘여인의 향기’ 인기를 타고 뜨겁게 각광받았다.

‘여인의 향기’는 말기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행사 말단 여직원과 본부장이 사랑을 싹 틔워가는 장소로 오키나와를 택했다. 오키나와의 명소는 물론 특산물까지 꼼꼼히 달콤한 로맨스에 녹여낸 이 드라마 덕에 오키나와가 뇌리에 콕 박힌 시청자들은 점점 병색이 짙어지는 여주인공과 달리 생생하게 오키나와 여행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인기 드라마 촬영지는 세계 어디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명소 탐방이 인기 관광상품으로 부상한 시초는 '겨울연가'다. 일본에서 시작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물길을 낸 한류의 원천. 종영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요즘도 촬영지였던 남이섬에 나라 안팎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 실로 엄청난 파급력이다.

'겨울연가'의 파급효과를 지켜본 지자체들은 드라마 촬영지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최근엔 여행사의 드라마 제작지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브랜드 홍보도 되고, 촬영지 투어 상품으로 얻는 수익도 톡톡하기 때문이다.

2009년 이병헌, 김태희 등 한류스타가 대거 출연한 드라마 '아이리스'는 그해 겨울 일본 아키타 현을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등극시켰다. 우리나라 여행자뿐 아니라 일본 현지에서도 드라마 속 촬영지를 찾아 아키타와 서울을 오가는 바람에 당시 인천과 아키타를 연결하는 비행기는 연일 만원이었다.

2010년의 겨울을 뜨겁게 달군 여행지는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 등장한 돗토리현. 주인공 정우성과 수애가 파격적인 러브신을 촬영한 온천, 카메오로 출연한 가수 보아가 정우성과 데이트를 즐겼던 모래언덕 등의 장면이 방영된 후 돗토리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돗토리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조명받으며 여행수요가 급증했다. 올 3월에 발생한 지진 이후 수요가 줄긴 했지만, 동해에서 출발하는 저렴한 크루즈 상품을 통해 돗토리를 찾는 여행객이 현재까지 끊이지 않는 상태다.

드라마 흥행이 제작 지원한 여행사만 좋은 일 시켜준 건 아니다. 인기 드라마는 여행환경까지 개선시켰다. 숨어 있던 여행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여행자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접근하기 편리한 교통편, 안락한 숙소 등이 신설되는데 일조한 것.

부족한 현지 정보에 허덕이며 막막한 길을 떠나지 않아도 되니 자유여행객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던 아키타도, 생소했던 돗토리도 드라마 이후 한글로 제작된 지도와 가이드북이 나와 한결 가뿐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돗토리에는 주요 촬영지를 손쉽고 저렴하게 돌아볼 수 있는 '아테나 택시'까지 등장해 자유여행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물론 드라마의 무대가 된 지역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 종영과 더불어 서서히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급하게 조성됐던 여러 가지 관광 제반여건도 같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크게 움직였던 장면과 풍경은 여운이 길다.

그래서 겨울의 문턱에 서면 눈 덮인 다자와 호수의 낭만적인 풍경이 새록새록 떠올라 시린 바람에 무방비하게 노출됐던 가슴도 금세 뜨끈해지지 않던가. 다시 떠날 곳이 있어 여행자는 행복하다.

/(주)비코티에스·오마이호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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