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파울로 코엘료의 알레프, 생 앞에 놓인 도전

입력 2011-10-05 15:46 수정 2011-10-0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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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만의 알레프를 지녔는가?

우리의 삶은 시간에 따라 흘러가는 것일까? 우리의 삶이 곧 시간과 공간이 되는 것일까?

‘순례자’,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 파울로 코엘료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비롯, 생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언어의 연금술로 펼쳐놓는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오진영 옮김/문학동네 펴냄/1만3500원/410쪽
책은 “당신은 당신만의 알레프를 가지고 있는가”의 화두를 던진다. 책 제목에서 그러하듯 코엘료가 만나는 사람들과 이뤄지는 모든 대화는 ‘알레프’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수렴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알레프의 개념적 의미는 무엇이고 코엘료가 인생의 공간에 알레프란 개념을 차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알레프는 수학에서 모든 수를 포함하는 수를 나타내는 말이다. 또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르는 알레프라는 단편을 남겼는데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알레프는 지름 2센티미터 쯤 되는 작은 구술로 그 안에는 불가해한 우주가 담겨있다.

즉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그것을 통해 파울로 코엘료는 새로운 기운과 세계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감정적 교류의 공간을 알레프란 개념을 이용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마주친 경험을 토대로 내놓은 소설 알레프는 힐랄이란 여성과의 만남, 그녀와의 대화 구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스무살 갓 넘은 힐랄은 누구나 생각하는 예의, 사람에게 다가가는 틀을 깨고 코엘료를 따라 나선다. 코엘료의 주변 사람들은 힐랄을 무시하고 그녀의 하는 모든 말들을 거슬려한다. 독특한 행동, 옷매무새 등 그녀의 모든 것은 공간과 상황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그녀의 행동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라고 모두가 단정짓기 때문이다. 독특한, 때론 무모한 행동들은 힐랄이 생에서 다른 공간/ 다른 세계의 느낌을 가지기 위해 가지는 하나의 도전이라는 사실을 코엘료는 알게 된다.

“‘생’은 여러 개의 객차로 이루어진 기차와도 같습니다. 때로는 이 칸에 탔다가 때로는 저 칸에 타고, 꿈을 꾸거나 기이한 경험에 휩쓸리면 이 칸에서 저 칸으로 가로지르기도 하는 것입니다.” (파울로 코엘료)

즉 생을 더 풍성하게 살아내기 위해 여러 객차를 다니며 ‘경험’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파엘료 코엘료는 이 여성에게 마음의 한 켠을 내어준다. 그리고 그녀가 안내하는 감정과 세계로 기꺼이 코엘료, 자신을 내던진다.

“안전하고자 한다면 평범해지면 되지요. 하지만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결국 그런 사람들이고, 그들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 공동체를 완전히 변모시키는 무언가를 이루어냅니다.”

그리고 그녀가 이끄는 새로운 세계, 피어나는 애정을 통해 진정한 그들만의 공간, 알레프를 형성한다.

“시간은 움직이는 것도, 멈춰 있는 것도 아니에요. 다만 변화하는 것일 뿐. 우리는 이 끊임없는 변화 안에서 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의 알레프요"

코엘료는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감정과 깨달음 깊은 묵상의 세계를 조우시킨 지점을 만들어 낸 셈이다. 또한 코엘료는 아래와 같이 일상적인 언어로 깨달음의 경지를 함축한다.

“내가 이십 년 넘게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 똑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아내도 나도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가 그 어느때보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겁니다...중략...사랑은 하나의 지점인 알레프 안에 존재하는 , 끊임없이 변모하는 시간과 공간입니다”

알레프란 시간과 공간을 설명하며 코엘료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번복해서 명시한다. 그리고 힐랄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으려는 문장에서 생 앞에 놓인 유혹이란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내려는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해 탐심과 애정을 구분하는 도덕성의 중심도 놓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인간의 감정을 선 긋지 않으면서 풍성하게 살아내려는 인간의 소망, 또 동시에 도덕적으로 살아내려는 한 인간의 고뇌, 생 앞에 도전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파울로 코엘료는 언어의 연금술사답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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