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바람이 슬프다

입력 2011-09-30 11:37 수정 2011-10-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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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사회생활부장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이소라라는 가수는 언제나 내 심장을 띄게 한다. 빠른 리듬의 노래를 할 때나, 조용한 노래를 할 때나, 어떤 노래라도 이소라의 입을 통해 나오는 멜로디는 슬프다. '바람이 분다'는 슬픈 노래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는 읖조림은 나를 슬프게 한다. 바람이 분다는게 이렇게 슬픈 것일 수 있는가.

정치권에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이야기다. 선거마다 바람이 불긴 불었다. '정치는 바람'이라고 하니 바람이 안 불면 이상하다. 그런데 이번 바람은 좀 슬프다. 아니 많이 두렵다. 민주주의 정치의 근간인 '정당'은 이번에도 찬밥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당이 아니라 다시 인물이 중심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중심에 있다. 안철수라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학자, 사회운동가가 정치판을 흔들어놓더니 그가 지지한다는 박원순씨가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떠올랐다.

만용인지, 아니면 어떤 확신이 있는 것인지, 박원순씨는 민주당과 괘를 같이 하지만 민주당에 들어가지는 않겠다고 한다. 윤여준 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이 말한 '제3의 길(정치)'와 같은 맥락이다.

대충 집어보면 제3의 길은 '기존 정당(한나라당과 민주당)에 기대지 않는 정치' 정도 되는 데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은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새로운 정치를 해보자는 뜻이다.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이 하는 정치 쯤 된다. '안철수, 박경철, 박원순…' 등이 그들인데 모두 정치인이 아니니 이미 제3의 정치는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겠다.

과연 정당을 빼놓고 정치를 할 수 있는가. 현대정치는 정당정치이고 국가나 지자체나 의회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국정치가 유독 '정당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유권자의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크다고 해서 정당과 거리를 두는 것은 '정당정치'를 정착시키고자 했던 선배 정치인들의 노력에 대한 모독에 다름아니다.

박원순씨가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을 크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들어가려면 빨리 들어가야 한다. 정당은 인물 개인에 앞선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은 이미 오세훈 전 서울시장때부터 시작됐다.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은 변호사 오세훈은 잘생긴 얼굴로 강남 아줌마를 사로잡더니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까지 성공가도를 달렸다. 오세훈 전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속한 정당의 존재를 무시했다는 데 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인기있는 정치인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을 당혹스럽게 했다. 그러다 2006년 다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작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소속정당의 강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무상복지 주민투표를 강행하더니 결국 서울시장에서도 스스로 물러났다. 강단있는 행동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결국 정당정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과연 지금도 우리에게 '정당정치를 갈아엎을 수 있는 영웅'은 필요한가. 10월에 불 가을바람에 내 소원도 흩어져 버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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