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골프한류는 계속된다

입력 2011-09-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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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BK대표이사·스포츠마케터

요즘 프로골프 선수들 사이에서 ‘대세’라고 불리는 것 중에 ‘바록스’라는 마사지 크림이 있다.

올해 봄쯤이던가, 이 크림이 한 남자프로골프 대회에서 출전 선수들에게 협찬품으로 지급되었던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막 출시해서 론칭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 크림을 바른 여자 프로선수 서너 명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우승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남자 프로 중에 ‘꽃미남’으로 유명한 홍모 선수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우승할 때 그것을 바르고 플레이했다 이야기와 함께.

이것을 바르고 골프를 하면 근육이 유연해져서 샷의 비거리가 늘고 스윙이 부드러워진다는 입소문으로 퍼졌다.

출시된 지 이제 반년 정도 된 이 제품이 요즘은 1부 투어 선수들 뿐 아니라 주니어 선수들에게도 소문이 나 선수의 부모들이 경쟁적으로 아이들에게 바르도록 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이 마사지크림은 벌써 아마추어 골퍼들에게까지 퍼졌다. 얼마 전에 한 인터넷 골프 동호회에서 이 제품의 공동구매를 시도했는데, 가격이 꽤 비싼 편인데도 하루도 안돼서 수 백 개 구입신청이 밀려들어 금방 마감됐다.

골프의 경우를 보면, 승부욕 강하기로는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이 세계 최고일 듯하다. 미국에서 골프선수 훈련 보조용으로 개발된 스윙 시뮬레이터가 우리나라에 와서는 ‘스크린 골프’ 라는 이름으로 전국방방곡곡에 퍼졌다.

스크린 골프라는 ‘레저 산업’이 형성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고 부킹이 잘 안돼서 스크린 골프가 번성했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누구나 다 알듯이 ‘내기 골프’ 때문이다.

스크린골프장에선 거의 누구나가 내기를 한다. 어쩌면 실제 필드에서보다 훨씬 더 중독적인 내기골프가 스크린 골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기에서 잃은 사람이 한 게임 더, 이겨서 돈을 딴 사람이 한 게임 더! 하고 외치면서 하루에 3~4 라운드 이상 연달아 내기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너무 흔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골프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 즈음에, 사람들이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어 골프인구가 줄어들면서 순식간에 쇠퇴기를 맞게 되었다고 한다. 골프업계에서는 우리나라도 곧 일본처럼 골프산업이 쇠퇴기에 들어설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인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일본 사람들이 골프 하면서 하는 내기와 한국 사람의 내기골프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즉, 한국 사람의 승부욕에 딱 들어맞는 스포츠가 골프라는 이야기다. 스크린골프가 번성하는 것도 그 승부욕 때문이고 스크린 골프가 새로운 골프인구를 만들면서 상승작용을 해서 골프산업의 쇠퇴를 막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한국 여자선수들은 99승을 올렸다.

골프는 시간의 투자가 많이 필요한 스포츠인데 불과 십몇 년 만에 이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 특유의 승부욕이 발현된 결과일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재미 교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골프를 배우고 미국으로 건너간 사람들과 골프를 치기가 가장 무섭다고 한다. 구력이 짧은데도 정말 잘치고 스윙 폼도 프로처럼 좋으며 내기골프를 너무 ‘세게’ 한다는 것.

한국 아마추어 골퍼들처럼 골프를 전문적인 레슨을 받아가며 배우고, 죽어라하고 연습하는 이들은 세계 어느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내기 골프와 승부욕이 그런 집요함의 가장 큰 까닭 아닐까?

주말에 라운딩 약속이 있어서 어제 연습을 좀 심하게 했더니 몇 년 전 ‘골프엘보’가 왔던 팔꿈치가 시큰시큰하다. 인터넷 골프 동호회에서 공동구매로 구입한 바록스 크림을 바르고 오늘도 두 시간 가까이 연습을 했다. 좀 더 부드러운 스윙을 하고 싶다. 좋든 싫든 옳건 그르건 나는 이런 한국인이다. 이런 한국인들이 100승을 거두고 한류를 일으키며 세계로 물결쳐 간다.

장욱진 BK대표이사·스포츠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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