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한국골프대학'이 사는법

입력 2011-09-02 10:58 수정 2011-09-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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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측과 총학생회측 마찰...파행운영 불가피

▲한국골프대학 본관 전경
터졌다.

아슬아슬하던 한국골프대학(이사장 성시화. 총장 우찬명)이 파행을 겪고 있다. 급기야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 재단 측은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우봉학원이 설립한 한국골프대학은 국내 최초의 골프특성화 대학. 지난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최종 대학설립인가를 받았다. 지난 3월 정상적으로 개교했다.

모기업은 삼대양레미콘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인 삼대양개발이다. 설립자는 대한전문건설협회 7대 회장을 지냈던 故 정장율 회장.

강원도 횡성에 청우CC를 건설했고 골프장 뒤에 학교를 지었다. 3년제 골프대학이다. 모집하기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1학년 경기지도과 등 3개 학과에 180명의 학생이 모였다.

삐걱 거리기 시작한 것은 재단 이사장이었던 정장율 회장이 별세, 미망인 성시화 신임 재단 이사장과 그의 가족이 재단을 이끌면서부터라는 게 학교법인 설립 때부터 우봉학원을 잘 아는 한 재단 이사의 설명이다.

2일 총학생회(회장 곽상기)는 한국골프대학 3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의 상황을 낱낱이 상황을 밝혔다. 다음은 학생회 측 주장이다.

문제의 발단은 재단과 총장의 틈새가 벌어지면서부터. 재단 측은 우 총장이 교수임용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도덕성에 문제를 삼아 사직을 종용했다. 우총장은 사직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골이 깊어졌다.

결국 한국골프대학은 ‘막장 드라마’처럼 진행됐다. 지난 6월 방학 전에 총장실을 폐쇄조치했다. 입시 홍보물 책자에서 총장사진, 인사말 등을 삭제했다. 나아가 대학 홈페이지의 총장 인사말과 사진을 없앴다. 총장의 업무용 관용차량까지 회수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6월26일부터 한 달간 모두 이뤄졌다.

결국 우 총장은 재단 측의 감금과 폭언 등에 의한 혈압 상승 등 스트레스를 받고 입원한 뒤 지난달 9일 퇴원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재단 및 교학처장 등 교직원과 우 총장 및 학생회 측이 나뉘어져 반목이 심화됐다. 대화보다는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웠다. 이런 과정에서 교직원이 아닌 골프장 직원이 학교 행정실을 무단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특히 최근 수업 중에 이미 폐쇄한 총장실을 집기를 빼내며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재단 측은 일부 교직원과 함께 우 총장을 비롯한 학생회 간부들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학생들도 이에 맞대응하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콰이어 강의 다리’을 건넜다는 것이 중재에 나섰던 한 교수의 전언이다.

이 대학 K모 교수는 “골프전문대학이 6개월도 안 돼 파국을 맞은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재단 측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고 우 총장 역시 재단 측을 설득해 학교운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또 “우리 대학은 교학처장 등 대학운영에 정통한 교직원이 전무한 상태인데다 대회보다는 서로 ‘대립각’을 세워 불신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 곽상기 회장은 “여러번 이사장과 대화를 해보려고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수업거부는 일부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무시하고 폭언을 일삼는 등 파행으로 몰고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학생회 측은 학교운영이 잘되기위한 방법만 제시한다면 언제든지 수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재학생 변현민(경기지도과)과 이정은(이상 경기지도과 1년)이 지난 7월 SBS투어 히든벨리여자오픈과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넵스마스터피스에서 우승하며 학교를 빛냈다.

한편 이날 총학생회 측은 “우봉학원 정관 제 24 조에 ‘이사장은 법인을 대표하고 법인의 업무를 총괄한다’라고 되어 있다. 학칙 제9조(교직원의 임무) 1항 ‘총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감독하며 학생을 지도한다’ 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사장은 우리대학의 정관, 학칙 및 어느 행정조직에도 없는 기획실을 둬 이사장의 장남을 대학행정과 경영에 관여했고 교학처장, 사무처장을 마치 개인비서처럼 운용하면서 매일같이 직보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은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 재단이나 특정인을 위한 이익집단이 아니다. 대학은 상아탑이다. 인재를 양성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함을 교육이념으로 하는 대학이 많다. 한국골프대학도 큰 차이는 없으리라.

한국골프대학이 사는 길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된다.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내년도 학생도 원활하게 모집해야 한다. 폭언과 난투극이 난무하는 학교에 누가 오겠는가.

사실 국내 첫 골프박사인 우찬명 총장은 한국 골프계의 인재다. 최경주와 박세리를 비롯해 정상급 플레이어들의 골프관련 체력프로그램을 짜준 주인공이다. 우 총장은 만나고 나서 스타덤에 오른 선수가 수십명에 달한다.

체육학을 전공한 유학파 우 총장은 공중파 골프해설위원에다가 골프구단 감독까지 맡는 등 한국 골프계의 중심에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특히 한국골프대학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교수이자 체육인이다.

골프장을 갖춘 대학이면서도 지리적 위치 탓에 학생을 모으는데 쉽지 않았다. 이때 우 총장은 인맥을 동원해 기자회견을 여는가하면 대대적인 마케팅 및 홍보로 순식간에 180명을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이를 재단에서 감싸주고 보호해야 한국골프대학이 산다. 서로 흠집만 내다가 학생이 오지 않으면 학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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