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결국 이룰 수 있어요”

입력 2011-08-10 08:57 수정 2011-08-1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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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에 프로된 '늦깍이' 조인순, 첫승하다

“아마도 ‘아침이슬’애(愛)제자들이 가장 기뻤을 거예요. 우승하길 늘 기도하고 있었으니까요.”

‘늦깎이’여자프로골퍼 조인순(43.MFS). 13개 대회 출전만에 생애 첫승을 따냈다. 5번이나 컷오프 됐고 공동 27위가 우승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 지난달 29일 끝난 볼빅·센추리21CC 시니어투어 6차전에서 2라운드 합계 2오버파 146타(75-71)로 전날 공동 7위에서 역전승을 차지한 것. 우승이 확정되자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기쁨의 눈물이 아닌 그간 힘들었던 시간들이 쏟아낸 설움이었다.

그는 서울여대 체육학과를 출신. 소프트볼 국가대표상비군을 지냈다. 레저회사에서 이벤트 강의를 3년간 했다. 27세 되던 해 골프를 배우려고 태릉CC에서 연습하던 투어 프로 이오순(49)을 찾아갔다. 부모를 설득(?)해 클럽을 손에 쥐었다. 하루에 2000개씩 볼을 때렸다. 고사리손에서 피가 맺힌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육상부터 수영까지 안해본 운동이 없었기에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발달했다고 생각했지만 골프는 만만치가 않았다. 늦게 배운 탓이었까. 좀처럼 기량이 늘지 않았다. 틈나는대로 운동역학과 골프이론도 탐구하며 기술을 습득하는데 고군분투(孤軍奮鬪)했다.

그런데 95년 부친이 작고했다. 불행은 겹쳐서 오는가. 2년 뒤 정신적, 물질적 지주였던 모친마저 세상과 이별했다.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 마음을 추스려 클럽을 다시 잡았다. 취업한 골프연습장의 월급은 고작 40만원. 필드는 고사하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이때 경비를 지원해준 사람들이 ‘아침이슬’골프 동호회 멤버들이다.

“하루에 12시간씩 레슨을 했죠. 얻은 것은 협심증과 직장생활에 대한 염증이었습니다. 속절없이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렇다고 골프를 접을수도 없었다. 어렵사리 98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준회원 자격을 땄다. 이때 ‘여자 데이비드 리드베터’라 불리는 교습가 이기화(54)를 찾아가 인연을 맺고 함께 주니어 및 골퍼들을 지도했다.

2001년부터 고아출신으로 구성된 할레루야골프단을 1년6개월간 맡아 아이들을 가르쳤다. 2006년 39세에 KL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이것이 행운이었을까. 시니어투어가 신설되면서 출전 제한 나이도 40살로 낮춘 것에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욕심만 앞섰지 번번히 아마추어 스코어인 80타대를 치면서 상위권에 들기는 커녕 컷오프되거나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틀간 70타대를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우승에는 운도 따랐다. 2라운드 13번홀 버디에 이어 14번홀에서 세컨드 샷이 홀로 빨려 들어가 ‘천금의 이글’을 잡아내면서 1타차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우승요? 아마도 은총주(恩寵酒)때문일거예요. 1라운드 끝나고 식사하면서 이오순 언니가 소주를 권하는 바람에 동료들과 어울려 한잔했습니다. 술먹고도 우승했으니까 취타(醉打)가 도움이 됐나 봅니다.”

그리고 그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은 아침이슬팀과 아름CNA, 미래에셋금융 청량리 지점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마음이 복잡하면 문고를 찾는다. 이곳에는 그는 위기에서 구해줄 한권의 책을 발견했다.“올해는 유난히 추워 레슨 고객도 없고 어려움이 많았지요. 그래서 한지공예도 배웠습니다. 덕분에 휴식기간에 책을 보았지요. 그때 읽은 책이 ‘죽기 전에 시도하라’(윤문원 저)였습니다. 이것이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목표의 끈만 놓지 않으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그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다. 그동안 익힌 기술과 이론을 토대로 ‘조프로의 레벨업 골프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다. 목표에 도달하기위해 그는 주말에도 쉼없이 골퍼들에게 기술을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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