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더블딥 우려로 국내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기관이 9000억원이 넘는 물량을 순매수했다. 4년만에 최대규모다. 특히 펀드로의 자금유입으로 숨통이 틔인 투신과 최근 저가매수에 나서며 주식비중을 늘리고 있는 연기금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9051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2007년 9월 19일(9559억원)이후 4년여만의 최대규모다. 특히 연기금과 투신은 각각 4856억원, 4303억원을 사들이며 증시 안전판 역할을 자처했다.
기관은 이 날 건설을 제외한 전업종에 걸쳐 매입에 나섰다. 특히 단기급락으로 저가매력이 살아나고 있는 화학업종을 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운수장비(1684억원), 금융(1011억원) 등도 1000억원 넘게 사들인 가운데 서비스업(953억원), 유통(801억원), 철강금속(780억원), 전기전자(505억원) 등에도 러브콜을 보냈다.
종목별로는 해외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감이 퍼지고 있고 단기급락으로 가격메리트가 살아나고 있는 기아차를 889억원 순매수했다. 이에 장중 9% 이상 급락하며 6만원대로 밀려났던 기아차는 기관의 적극적 ‘사자’에 힘입어 0.82%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 밖에 현대중공업(543억원), 현대모비스(467억원), 현대차(462억원), LG화학(432억원), 포스코(411억원)등도 대거 사들였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462억원 팔아치웠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주감소 우려와 원재료인 철강가격 상승이 투심을 억눌렀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10% 이상 급락하며 3만4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밖에 OCI(322억원), 삼성중공업(236억원), LG(178억원), LG전자(177억원), LG디스플레이(127억원) 등도 순매도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은 코스닥에서도 1147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IT종합을 903억원 사들인 가운데 IT H/W(625억원), 반도체(562억원), IT S/W(171억원), 방송서비스(108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쓸어담았다.
종목별로는 이날 코스닥에 첫발을 내딛은 아이씨디를 418억원 순매수했다. 아이씨디는 공모가 3만4000원 보다 높은 6만28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7만2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서울반도체(102억원), CJ오쇼핑(83억원), 다음(62억원), 하나투어(46억원), 포스코켐텍(43억원) 등도 잇달아 매수했다.
반면 오성엘에스티는 20억원 순매도했다. 이에 오성엘에스티는 14.18%나 급락하며 1만7250원을 장을 마감했다. 이 밖에 제닉(15억원), 게임하이(15억원), 심텍(15억원), 톱텍(14억원), 로엔(12억원) 등이 매도상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