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랑의 소리’를 선물하세요

입력 2011-08-04 11:41 수정 2011-08-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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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천복 지엔리사운드코리아 대표

필자는 귀와 관련한 업을 하는 기업인이자, 청각장애인의 재활과 사회적응을 돕는 ‘사랑의 달팽이’라는 자선단체의 임원직을 맡고 있다. 자연히 청각장애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모든 소통의 근간은 사람과 사람간의 ‘대화’라는 것에 이견을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의 기본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이다.

우리나라에는 듣지 못해 말도 못하게 되고, 오로지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무려 30만명에 달한다. 사실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은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청각장애는 유전적인 요인이 강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으며, 인공달팽이관수술을 통해 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대해야 하는지를 아는 이들은 더더욱 드물 것이다.

‘양복입은 신사가 빰 맞는다’라는 옛말도 그런 연유에서 나온말이며 아직까지 ‘귀머거리’, ‘벙어리’라는 표현이 대수롭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청각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낳은 결과다. 올해 초 개봉했던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라는 영화에서 뒤에서 말하지 말라며 화를 내며 주먹질을 하던 한 학생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지금은 각 학교마다 인공와우 수술로 소리를 찾은 한 두명의 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찾아 세상에 나온 이들에게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은 신체적인 장애보다 더 큰 장애로 기억되고 있다. 심지어 수업받기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지만 친구들의 놀림이 심해 다시 특수학교로 전학을 가는 사례들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종교단체와 복지단체등을 순회하며 청력검사 활동을 하다보면 안타까운 사연도 종종 접하곤 한다. 그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좋아하는 일일연속극을 못 보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한다. 손주들 마저도 자꾸 물어보는 할머니가 답답하다면서 대화를 꺼리는 현실에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기분이라며 하소연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 1000명 중 2.5명이 유전성 난청이라고 한다. 또 전체 인구의 10% 가량이 난청으로 고통 받고 있다. 소음 노출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노인성 난청의 연령이 낮아지고, 젊은 사람의 보청기 착용도 늘어 나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청각장애도 ‘남의 일’만은 아닌 것이 현실이지만, 그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매우 낮다. 다른 장애에 비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심각성마저 덜하지는 않는다.

청각장애인들의 장애 극복과 사회 적응은 단순히 그들 스스로의 노력으로만은 불가능하다. 물질적인 지원도 우선 되어야 겠지만 이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또박또박 발음하고 서툰 말투를 따라하지도 않으며, 진정 이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려는 주위 사람들의 작은 배려가 장애극복을 위한 가장 큰 치료제다.

더 많은 기업의 참여와 후원도 절실하다. 청각장애인 중에는 어릴 때 발견하면 수술을 통해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평생 청력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꾸준한 재활치료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심장병·백혈병 어린이 돕기처럼 당장의 성과를 확인하기는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작은 관심과 지원의 손길만으로도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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