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총 다섯차례 무산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이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기존 대상자와 협상을 없던 일로 하고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재입찰에 부치기로 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 매각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재입찰 일정은 아무것도 잡힌 게 없고 논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향후 일정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 5월 말 인수대금을 6개월이상 결제하지 못해 인수자격을 박탈당한 이란의 가전유통업체 엔텍합의 문제 제기 때문이다.
엔텍합은 지난달 대우일렉 인수자 자격을 유지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냈다. 또 엔텍합은 대우일렉 인수계약이 결국 성사되지 못한다면 보증금 578억원을 전액 돌려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한 엔텍합에 대우일렉을 매각하는 것은 이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엔텍합이 낸 보증금 반환문제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계약금을 엔텍합에 돌려주는 것을 검토해보자는 입장이다. 엔텍합이 계약금 반환을 노리고 제기한 소송 때문에 매각작업이 지체된다는 이유에서다.
계약금 때문에 엔텍합은 대우일렉트로닉스에 갚아야 할 외상매출금 3000만달러(약 300억원)의 지급도 미루고 있다.
반면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최대주주인 캠코는 엔텍합이 인수합병(M&A) 계약서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금을 몰취한 것이므로 돌려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채권단 관계자는 “엔텍합과의 소송과 보증금 반환 문제가 꼬여 대우일렉 매각 재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옛 대우전자 시절인 1999년 8월부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통해 구조조정을 해왔다. 최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와 협상마저 무산되면서 채권단은 총 다섯 차례의 매각협상에서 모두 좌절을 겪었다. 대우일렉의 최대주주는 캠코로 지분 57%를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은행 5.37%, 외환은행 6.7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