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윈난 나진고원

입력 2011-07-11 09:53 수정 2011-07-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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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선 ‘자연그대로’…가보니 그냥 후미진 마을

인생만사 과유불급이라 했거늘, 인간의 욕망은 탐욕이 되기 십상이다. 평양감사도 직접 해봐야 관직의 맛을 알고, 돈도 많이 써본 사람이 돈맛을 알아 ‘한장 더’ 갖고 싶은 법이다.

여행도 마찬가지. 걷기 맛을 알아버린 내 발은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윈난의 남단 징홍(景洪)에서 나는 밤마다 ‘하이에나’로 변신했다. 내일의 먹이를 미리 구해놓듯, 중국판 론니플래닛-윈난편을 펼쳐놓고 “내일은 어딜 가볼까?” 욕망의 불쏘시개에 불을 지펴댔다.

그래 선택한 곳이 다이족· 라후족· 와족의 자치현 멍롄(孟連)이다. 책에 따르면 ‘서양식 만찬을 먹은 후 느끼한 맛을 싹 씻어내고 싶을 때, 멍롄은 식사 후의 산뜻하고 상큼한 디저트 같은 곳’이란다.

멍롄은 황금의 삼각주(타이, 라오스, 미얀마 3국의 국경이 접한 골든 트라이앵글로 세계 헤로인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곳)가 가까워 개발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특히 도심의 남단 난레이 강변에 위치한 나윈고진이 볼만하다. 중국 최후의 다이족 고진으로, 역사가 자그마치 700년에 이르며, 다이족에게는 마음의 영원한 고향 같은 곳이라는 기막힌 설명이 이어졌다.

징홍에서 멍롄까진 228㎢, 버스로 4~5시간이 소요된다. 하루 다섯 차례, 전부 오전에만 출발한다니 당일코스로는 어림없다. 갈까 말까를 며칠 고민하다 1박2일 계획으로 출발했다.

멍롄에 도착하자 수많은 전동카가 눈에 들어왔다. 도시 규모가 작은 멍롄은 버스나 택시가 필요 없는 모양이다. 관광지에서나 보았던 ‘전동카’가 대중교통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헌데, 나를 대하는 현지인들 반응이 좀 당혹스럽다. 이런 후미진 동네까지 카메라 들고 여행 온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다. 숙소로 정한 시외버스터미널 옆 번듯한 빈관(賓館)의 여직원은, 내 여권이 신기해죽겠다며 맨 앞장부터 뒷장까지 몇 번을 감상했다. 그 뿐인가? 론니플래닛에 마치 배낭여행자의 안식처처럼 소개된 ‘유랑자 카페’의 종업원은 내게 “이런 변경지역까지 뭐 볼게 있다고 왔어요?” 도리어 묻는 거였다.

그렇담, 내가 읽은 글이 전부 미사여구였단 말인가? 의문을 품고 곧 나윈고진(娜允古?)으로 향했다. 나윈고진은 원·명·청에 이어 민국(民國)시기까지 멍롄 다이족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중심지였다. 아트막한 진산(金山)자락에 위치한 나윈고진은 크게 3城으로 나뉜다.

성의 맨 위에는 토사, 남송·원·명·청대의 서남 지방에 둔 지방 벼슬. 소수 민족의 회유 수단으로 그 지역의 추장들을 주로 임명한 세습 족장 제도)가 있고, 중간에는 토사에서 근무하던 관리들의 주거지, 맨 아래에는 하급 관원의 거주지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토사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옛 주거지의 가옥들은 모두 현대식으로 탈바꿈했다.

허무한 마음으로 고진 옆 난레이 강변을 거닐었다. 매년 4,5월에 신어(神魚)축제가 열릴 때면 강물에 뛰어들어 물고기 잡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는데, 한없이 고즈넉하다.

아쉬움을 달래려 한 시간쯤 떨어진 미얀마 국경이라도 구경하고 싶지만, 이 동네는 버스가 일찍 끊겼다. 나윈고진 구경한 걸로 만족하는 수밖에. 다이족에겐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기에, 실크로드 위 위구르족의 마음속 고향 ‘카슈카르’를 연상했던 나를 원망하는 수밖에.

아직도 내가 멍롄에는 왜 갔을까? 생각하면 ‘욕심이 지나쳤어’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지만. 인생이 뭐, 언제 내 뜻대로만 되던가? 여행도, 인생도 끊임없는 삽질 아니겠는가? 열심히 파다보면 뭐가 나와도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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