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롤모델' 찾기… "내게도 '과장급' 멘토가 필요해"

입력 2011-07-05 11:00 수정 2011-07-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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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분위기 적응에 도움… 기업들 멘토링 프로그램 '적극지원'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이윤 창출이다. 그러다 보니 부서별 또는 팀별, 개인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키기 일쑤다. 연차가 짧은 일부 직장인들은 이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적응하기가 꽤 쉽지 않다. 회사 분위기와 융화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직장인들은 중에는 상사 및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경우가 많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이를 예방하기 위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멘토링이란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일대 일로 지도와 조언을 해주는 것을 뜻한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유용하다.

직장인들도 회사 내 멘토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각자 자기 업무만 끝내면 된다는 식의 모습들은 기업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회사 내 분위기를 전환하고, 서로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제도라는 평이다.

멘토링의 힘은 최근 방송이 끝난 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잘 나타났다. 한 멘토의 믿음직한 모습이 멘티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아 우승자를 일궈냈다. 그저 지식 전달용이 아닌, 방향을 제시하는 해당 멘토의 모습은 사회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회사 내 멘토의 필요성, 그리고 현재 각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지 살펴봤다.

◇직장인 96% "회사 내 멘토 필요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9명 이상은 회사 내 멘토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5.9%는 '회사 내 멘토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은 남녀 직장인 891명이다.

직장인들이 멘토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로는 '업무 전반에 어려움을 느낄 때'(61.6%, 복수응답)가 수위로 꼽혔다. '회사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을 때'(59.4%)가 바로 뒤를 이었다.

모 반도체 패킹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28)씨는 최근 이직을 했다. 경력사원이지만 전혀 회사 분위기가 다르고, 업무도 일부 다른 점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회사 분위기는 '알아서 잘 하라'는 분위기다. 누군가 새로 들어와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이씨는 "아무리 경력사원으로 입사했어도 처음에 업무나 회사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럴 때 회사 내 멘토링 시스템이 없는 게 너무 아쉬웠다"고 하소연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회사 내 멘토링 프로그램이 없다는 직장인들은 무려 50.9%에 달했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멘토로 삼고 싶은 대상이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8.4%의 직장인들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이한 건 남녀 직장인 모두 '남성 멘토'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의 89.2%, 여성의 52.3%가 남성 멘토를 선호했다.

희망하는 멘토의 직급으로는 '과장급'(26.9%)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대리급'(21.6%), '부장급'(19%), '임원진'(18.1%), '평사원'(14.3%) 순이었다.

현재 회사 내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3)씨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대리급이나 과장급이 멘토로 참여하면 다가가기 쉽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남성 멘토는 편안함이, 여성 멘토는 세심함이 눈에 띠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취업포털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경험이 풍부한 멘토의 조언은 시행착오를 줄여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며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 멘토로 삼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배워간다면 원하는 목표에 더 빨리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 멘토링 프로그램 어떻게 운영하나… '적극 지원'= 멘토링 프로그램은 대기업에서부터 시작돼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기업별로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거나, 임원급이 직접 멘토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2년부터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기간은 입사 후 6개월 간이다. 멘토를 맡는 상사는 대리에서 과장급이다. 대부분 대리 2~3년차가 멘토로 참여한다.

멘토는 부서별이 아니라 같은 그룹 안에서 정해진다. 같은 부서 상사가 멘토가 되면 다소 눈치가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선 멘토가 정해지면 회사 측에선 임명식을 진행하고 또 멘토, 멘티 모두에게 소정의 선물도 제공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멘토링 데이'를 열어 멘토와 멘티가 사석에서 저녁식사를 하거나 영화감상을 하는 등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회사가 주는 지원금을 통해 충당된다.

현대차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모(31) 사원은 "비교적 다가가기 쉬운 대리급 직원들이 회사 적응을 도와줘 한결 편하다"면서 "힘들 수 있는 첫 회사생활을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쉽게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8년에 멘토링제도를 도입한 한국GM은 부사장급까지 확대한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현재 판매·마케팅부문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도 멘티 3~4명과 함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원급 직원이 부사장급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또 사원들이 직접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자율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과정도 특징 중 하나다. 한국GM에서는 자율성이 최대로 보장된다.

지난해부터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한 한국타이어의 경우, 매달 1~2번씩 지원금을 전달한다. 또 멘토와 멘티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사내게시판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매달 우수작에 상을 준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사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다"며 "과거 입사 후 적응을 못해 바로 그만두는 사람들이 꽤 많았었는데 이젠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도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005년부터 6년째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금까지 220쌍의 멘토와 멘티를 배출했다. 직무스터디 실시는 물론, 멘티는 월간 활동보고서, 멘토는 관찰일지를 작성해 발전 방향에 꾸준히 머리를 맞댄다.

반면 재계 1위 삼성전자는 회사 차원의 멘토링 프로그램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회사 차원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멘토와 멘티를 꾸려 진행한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원금을 제공하진 않지만 자율적으로 같은 부서에서 순번을 정해 멘토를 정한다"며 "보통 1년 정도 진행되며 멘토는 대리에서 과장급이 주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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