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통화파생상품인 키코(KIKO) 계약을 둘러싼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다시 한번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결정이 앞으로 진행할 항소심은 물론 형사소송에서 검찰의 기소여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16부(이종석 부장판사)는 31일 중장비 기계 제조업체인 ㈜수산중공업이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판매사인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는 작년 말 키코 사건 91건(118개 기업)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진 이후 나온 항소심의 첫 판단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격보다 높은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지정된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재판부는 키코계약을 통해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고 당시 환율 추이와 전망을 고려했을 때 일방적으로 기업에 불공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계약이 체결된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공정성 여부를 가려야하며 이후 상황으로 인해 손실을 본 내용은 판단기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계약 당시 은행이 키코상품의 구조나 위험정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기업들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 있으면 기업이 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행사하게 보장받는 등 키코가 구조적으로 불공정하거나 환헤지에 부적합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