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 기자의 게임이야기]허리 부실한 게임업계, 이젠 ‘뿌리’도 흔들

입력 2011-04-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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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장르에 투자 쏠림 현상…중소 개발사들 한숨

지난해 게임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허리를 담당해야할 코스닥 등록 중견 게임 기업들의 침체였다. 또한 2009년 하반기부터 대형 업체들이 잇달아 우수 게임 개발사를 인수ㆍ합병(M&A)하면서 게임 산업이 머리와 뿌리만 남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요즘 게임 업계에서 허리보다 뿌리가 더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기자와 만난 한 중소 개발사 사장은 개발사들이 창업하고 나서 1년이 채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퍼블리셔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게임을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고 투자를 받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온라인게임이 점점 자본집약적이고 대형화되다 보니 리스크를 줄이려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400억원이 넘게 투자된 대작 게임 ‘테라’의 성공을 겪고 난 이후에도 게임 업계 뿌리를 담당해야 할 개발 인력들의 고충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때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투자 쏠림 현상이 ‘스마트폰 열풍’으로 다소 잠잠한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는 것. 결국 실패하더라도 대작 위주, MMORPG라는 특정 장르 위주로 투자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게임물 등급분류 통계’를 살펴보면 PC온라인 게임의 등급심의 건수는 2008년 1138건에서 2009년 1621건으로 느는가 싶더니 지난해에는 1378건으로 감소했다. PC방 점유율 톱 10에 속한 게임들 역시 테라를 제외하고는 출시한지 2년 이상 지난 게임들이다.

게임 산업이 성공하면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높고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의 벤처 붐이 일어날 때와는 달리 이제 친구들 2~3명이 모여서 회사를 차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집약적,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투자회사에서 펀딩을 받을 때 원금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생생한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접근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구조도 문제다.

게임산업이 영화산업 등 타 콘텐츠 산업에 비해 투자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못한 것도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상에 게임을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게임=유해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진 것 또한 뿌리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한 개발사 사장은 주변에 게임 업을 시작 한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떤 산업이든 밑바탕이 되는 뿌리가 튼튼해야 잎이 무성해지고 열매도 튼실해 질 수 있다. 게임 산업이 더욱 발전해 ‘큰 나무’가 되려면 게임 업계의 구조적 모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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