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금융위의 직무유기

입력 2011-03-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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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금융부장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저축은행 사태 때 보였던 호기는 어디로 갔나. 금융위원회 발로 불어온 쓰나미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를 덮쳤다. 금융위는 외환은행 인수 승인 문제를 연기한데 이어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최종 판단도 유보했다. 한마디로 직무유기를 할지언정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이다.

금융위의 직무유기 쓰나미는 결국 하나금융을 휩쓸게 돼 하나금융은 향후 그 여파가 어떻게 작용할 지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청와대가 새해화두로 내놓은 ‘일기가성’(一氣呵成)을 금융위가 그냥 빈말로 만들어 놓았다.

일기가성은 16세기 명(明)나라 시인이자 문예비평가인 호응린(胡應麟, 1551~1602)역대 시(詩) 평론집 ‘시수(詩藪)’(1589)에 실린 시인 두보의 작품 ‘등고(登高)’에 대한 시평 부분에 나오는 문장이다. 일가가성은 ‘문장의 처음과 끝이 일관되고 빈틈없이 순리에 따라 짜여 있다’는 뜻으로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처리한다’는 의미다. 청와대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김 위원장이 결국 골치 아픈 외환은행 처리문제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자세인 복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의 이러한 태도는 그동안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불거졌던 문제들을 또 다시 연장하는 처사다. 분명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판정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판단 자료를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만을 검토해 산업자본이 아니라 결정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수시 적격성 부분의 심사 판단을 유보했다. 법리적 해석을 이유로 금융 감독 당국은 면피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일부에서는 “금융위가 오히려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난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도 연기해 하나금융은 고스란히 그 후폭풍을 감당하게 됐다. 금융위가 몇 년간 유보했던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계속 미룰 경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와 하나금융간 인수 계약기간을 5월말로 잡고 있기 때문에 이 기간이 지나면 어느 일방이 자유롭게 계약을 파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하나금융은 자회사 편입 승인이 이달 안에 나지 않을 경우 론스타에 매달 329억원의 지연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이러한 소신 없는 행보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일부에서는 효과적인 금융감독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강화해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친 통합금융감독기구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재주는 금감원이 넘고 이익은 금융위가 보면서 모든 책임은 금감원에 떠넘기는 금융위의 태도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때 말바꾸기로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으로 불렸던 김 위원장이 자신은 양치기 소년이 아니라고 거세게 반발했듯이 금융위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분명 법원에서는 판결을 내릴 때 금융 감독당국에 의견을 물을 것이기 때문에 비난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반복할 것인가. 이렇게 책임을 회피 하려면 차라리 금융위와 금감원이 통합하는 것이 국민들의 세금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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