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달빛 길어올리기’ 후배들에 남겨주고 싶은 영화”

입력 2011-03-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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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나이 든 감독이라도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해서 (후배들에게) 남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7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시사회가 끝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린 조선왕조실록 중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 보관본을 전통 한지로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 박중훈이 한지를 복원하는데 일조하는 7급 공무원 필용 역을, 강수연이 한지 복원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는 지원 역을 맡았다.

임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지금까지 판소리(서편제), 동양화(취화선) 등을 통해 선조가 이룩해 놓은 한국인의 문화, 그리고 그 문화가 가진 흥이나 정서적 아름다움을 다뤄왔다"며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걱정하고 있을 때 한지를 소개해보는 게 어떠냐는 민병록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제안을 받고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년 이상을 취재하면서 많은 분을 만났다. 한지와 얽힌 생활문화를 다 따라가면 한도 끝도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한지가 얼마나 좋은 종이며, 왜 이 한지를 되찾아야 하느냐는 간단한 이야기에 집중해야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지를 영화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한지에 얽힌 이야기는 너무나 많았다. 심지어 촬영이 끝난 시점에 들은 수많은 이야기들도 모두 새로운 이야기였다. 임 감독은 섣불리 한지라는 광활한 세계에 도전장을 내민 것에 후회했다고 한다.

"한지의 깊고 넓은 세계를 영화화하겠다며 겁도 없이 대들었죠. 굉장히 후회했지만 이런 깊은 세계의 한 부분을 영화로 담을 수 있었던 점은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는 한지에 대한 설명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한지 홍보영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다. 장르적으로도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뒤섞였다.

"강수연 씨가 극영화를 찍는지 다큐멘터리를 찍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번 영화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군사정권 때처럼 정권이 요구하는 소재나 주제를 강제로 영화에 담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니냐는 걸림의 소리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정권이 지향했던 어떤 것을 영화에 담아내지 않으면 안 됐을 시절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내가 이런 영화를 만든 건) 나 같은 나이 든 감독이라도 누군가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남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이지만 '달빛 길어올리기'는 국제영화제에서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임 감독은 해외영화제의 이 같은 냉대에 대해 "우리 문화를 너무 인위적으로 드러내는 데서 오는 불쾌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나는 이런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찍었다"고 했다.

영화에는 7급 공무원 필용과 다큐멘터리 감독 지원의 러브스토리도 담겨있다. 불륜이지만 불쾌한 지점까지는 파고들지 않는다.

임 감독은 "불륜의 감정은 일상을 살면서 늘 안으로부터 피어나기도 했다가, 잠잠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큰 사고 없이, 그러한 일상은 지나간다"며 "그 이상의 이야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틀을 미리 정해놓고 그 안에서 연출했는데 이번에는 연기자들과 매번 상의를 하면서 영화를 완성했다"며 "이렇게 많이 열어놓고 영화를 해도 되는구나라는 점을 알려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강수연은 "감독님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뵈었다. 박중훈 씨하고는 오랜만에 작품으로 만났지만 평소에 친해 어색하고 불편한 게 없었다"고 했다.

영화는 오는 17일 15세 이상 관람가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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