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건설 '줄대고 헛물켜고'

입력 2010-12-20 11:00 수정 2010-12-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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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잘 서야하는 시즌이 왔다. 질서를 위한 선착순이 아니다. ‘어떤’줄을 서느냐가 남은 삶을 좌우하는 게임이다. 객관적인 능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감정적인 친밀함과 심리적 우위를 공략해 선택받기 위해서다. 누군가의 ‘라인’을 타고 인맥, 학연, 지연을 동원해 입안의 혀가 되면 앞날이 보장된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사회성으로, 다른 누군가는 친밀함으로,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의 미워할 수 없는 영악함으로 표현하곤 한다.

국방부장관이 바뀌지 얼마 되지 않아 육군참모총장이 전역서를 제출하자 전군이 떠들썩해졌다. 연말 장성급 인사를 앞두고 소위 말하는 ‘줄을 댄’사람들은 한 해 헛물을 켠 격이 됐다. 국내외 안보인식도 변하면서 별들에게 바라는 ‘스팩’의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지난 몇 년간 기름 값을 아낀다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됐던 몇몇 훈련이 다시 실전훈련으로 바뀔 거라는 소식과 함께 야전출신 군인이 대거 진급했다. 야전 한 번 안 겪어본 군인은 없겠지만 진급을 앞두고 모든 군인이 야전에 있을 수는 없는 게 또 장성들의 진급 관행이었다.

헛물을 켠 사람들이 또 있다. 현대건설 인수합병을 앞두고 현대그룹과 현대차의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는 와중에 일찍 움직였던 현대건설 임직원들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기 전까지 대세는 현대차였다. 몇몇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현대차와의 합병을 낙관하며 현대차쪽으로 줄을 대다가 막상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낭패를 봤다는 업계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현대그룹이 사실상 자격을 잃고 다시 현대차로 공이 넘어가는 형세로 변하자 희비가 교차했다. 실제로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측에 불리한 입장을 내놓자 현대차를 ‘업무차 강남에 왔다 들렀다’는 현대건설 임원의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줄이 없는 사람들은 줄은 대기 위해, 줄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공고히 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힘쓰고 있다고 한다.

새로 신임된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은 포항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고교 후배고, 이홍기 3군사령관은 현 정권 인수위원과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내면서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합참 합동작전본부장이었다. 영토가 포격을 받고 피란민이 발생한 연평도 사태 직후의 인사에도 의구심이 든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가의 사람이라서’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배 아파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자신의 실수가 몇 배가 되어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자리일수록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바라는 민주적인 바람일 뿐이다. 현대건설을 누가 합병하든지간에 줄을 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재정비할 위인이 나서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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