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책]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입력 2010-12-02 11:00 수정 2010-12-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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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장하준 지음/김희정, 안세민 옮김/1만4800원/368쪽

세계적 경제학자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하 23가지)가 3주 연속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는 등 돌풍을 거세게 이어 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이 책에 뜨거운 반응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이 책에서 모두가 지난 30년 동안 받아들여졌던 경제 통념을 쉬운 예를 통해 통쾌히 반박하고 있다.

‘23가지’에 나오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특정한 경제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는 임금이 생산성에 따라, 즉 일해서 거둔 성과에 따라 지급된다는 경제학적 통념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의 사실 여부를 따지고 든다.

장 교수는 스웨덴의 버스 기사와 인도의 버스 기사를 비교하며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수록 차근차근 설명한다. 스웨덴의 버스기사가 인도의 버스기사보다 임금이 50배나 높지만 버스 기사 일이 50배나 생산성에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한다는 기존 경제의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의 난이도로 따지면 직진이나 하면 되는 스웨덴 버스 기사보다는 교통 신호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차선도 잘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산더미처럼 짐을 싣고 다니는 자전거에, 소까지 피하며 낡은 버스를 몰아야 하는 인도 버스 기사가 더 높은데도 스웨덴 버스기사가 50배나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보호주의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스웨덴의 버스 운전기사들을 비롯해 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 나아가서는 부자 나라들의 노동 인력 대다수를 인도나 중국, 또는 가나 출신의 노동 인력으로 대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의 이민 통제 정책으로 스웨덴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스웨덴의 노동 인력은 같은 일을 하는 인도 사람에 비해 생산성이 높지 않은데도 50배나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장 교수는 주장한다.

이외에도 기존 경제학의 통념인 ‘나라가 가난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 등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결국 세계 빈부의 차이는 개인의 생산성이나 기업가 정신이 아닌 시스템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결론 내린다.

토마스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들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 가난은 모두 사회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장 교수는 국가 간 개인의 역량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적 시각에서 보면 장 교수의 주장이 지나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에는 안 맞는 얘기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지만 더 나은 자본주의를 향한 장 교수의 열정만큼은 생생하게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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