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컨트롤 타워의 흥망성쇠

입력 2010-11-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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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실 해체 후 2.5년... 역할 변화 관심 초점

-경제개혁연대, “예정된 수순... 책임 수반되는 법제화 기구로 변모돼야”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가 부활된다. 지난 2008년 4월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의 퇴진과 함께 공식해체를 발표한 지 2년 6개월여만이다.

삼성은 국내 다른 어떤 그룹보다도 회장을 정점으로 한 그룹 중심의 경영체제가 확고히 정립됐던 조직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인해 삼성 내부에서는 ‘전략기획실’에 대한 향수가 짙게 남아있었다.

아울러 GM의 부도위기와 도요타의 위기, 애플의 급부상 등 글로벌 기업들도 휘청대는 글로벌 경영환경은 삼성에게 위기감으로 작용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강력한 리더십을 뒷받침 할 조직이 필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신 이 회장이 '21세기의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한다'며 그룹 조직 복원을 지시했다"고 그룹 조직 복원 배경을 설명했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비서실부터 이어져 외환위기 직전까지 존재하다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로 명칭만 바뀌었을 뿐 존재는 지속됐다.

하지만 삼성 특검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 2008년 4월 해체를 발표했으며, 마무리 작업을 한 뒤 6월에 완전 해체됐다. 비서실부터 따지면 50년의 역사를 자랑했던 그룹경영의 핵심부서가 문을 닫은 셈.

삼성의 비서실은 그룹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담당업무와 그 권한이 비례했다. 고 이병철 회장시절부터 비서실장은 ‘삼성의 2인자’로 불렸으며, 이는 전략기획실이 해체될 때까지 지속됐다.

비서실과 구조본, 전략기획실 출신들은 출세가도를 달렸고 직급에 상관없이 계열사보다 위에 군림했다. 삼성특검을 실현시킨 김용철 변호사(옛 삼성그룹 법무팀장)는 그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전략기획실에서 ‘실입니다’라는 전화만 계열사에 가도 계열사 주요임원들은 긴장했다”라고 밝혀 전략기획실의 위상을 짐작케 했다.

삼성그룹의 전략기획실은 과거 구조본 시절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삼성이 오늘날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략기획실의 폐단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의 삼성의 위상이 정립되는 데에 전략기획실(구조본 포함)이 일등공신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기업의 조직이 아닌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조직으로 변질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됐다.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분 정리를 하고 그 과정에서 각종 불․탈법 행위가 행해지면서 전략기획실의 순기능마저 퇴색해버린 것이다.

◇신설되는 컨트롤 타워는?

이인용 삼성 커뮤티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 날 “신설되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명칭이나 역할, 인적구성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날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빨리 명칭 등 제반사항을 마무리짓고 발고 밝혔다.

우선 과거처럼 계열사 위에 군림하면서 ‘전략기획실→계열사’와 같은 수직구조는 아니라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과거처럼 계열사 위에서 군림하기 보다는 계열사들을 지원하고 도와주고 그룹의 역량을 모아주고 그룹사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컨트롤타워의 새 수장인 김순택 부회장이 삼성의 차세대 핵심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 것을 감안하면, 미래성장동력 사업 발굴 및 추진을 전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밀실경영, 흑막경영’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의 전략기획실에서 벗어나 한국경제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강력하게 드라이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내달 승진예정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어떤 업무를 담당할 지도 향후 그룹의 컨트롤 타워의 역할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시민단체 “예견됐던 일”... 냉담한 반응

삼성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시민단체는 ‘어차피 예견된 일’이라며 과거와 같은 강한 비판을 하지는 않았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전략기획실 부활은 이건희 회장 사면, 지난 3월 경영복귀, 이재용 사장 승진과 함께 예정된 수순이다. 내부 절차의 문제였을 뿐 예견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사실상 삼성 전략기획실은 단 한번도 해체된 적이 없다. 2008년 4월 해체한다고 말만 했을 뿐 실제로는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해 오고 있지 않았나”라며 “이번에 전략기획실을 부활한다고 공식화한 것은 간판 새로 걸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그룹과 같은 거대 기업집단에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다만 전략기획실은 권한만 있지 책임이 없는 조직이라는 점을 상기, 삼성그룹을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해 전략기획실을 법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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