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사태 "안개속으로"

입력 2010-10-13 11:29 수정 2010-10-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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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아직 나갈 때 아니다" vs 김종창 "반드시 책임 묻겠다"

신한사태를 둘러싸고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금융당국 최고 책임자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라 회장이 자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내비치자 금융당국엔“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게 할 것”이라며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신한사태는 해결될 기미보다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라 회장의‘치고 빠지기’전략=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방침 통보를 받고 미국에서 급히 귀국한 라 회장은 주말 동안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오전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분간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저녁 해외투자자 설명회를 이유로 다시 뉴욕으로 출국했다.

‘신한사태’가 시작된 이후 처음 말문을 연 라 회장의 발언은 △중징계로 예상되는 금융당국의 처분에 맞설 수 있는 소명자료를 갖고 있다는 것과 △신한금융의 조직을 추스리기 위해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단 계획대로 내년 3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하려면 다음 달 4일 열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 수준의 징계가 확정돼야 한다.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곧바로 퇴진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은 오는 18일 소명 기간까지 최대한 소명을 해 제재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 회장이 이례적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조직의 안정과 발전’이라는 문구를 수차례 강조한 것도 사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금융위와 금감원 국감 일정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서 실명제법 위반에 대한 각종 의혹과 질타가 쏟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던 것. 라 회장은 차명계좌 개설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실명제법은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일각에선 라 회장의 ‘치고 빠지기’ 전략이란 지적이다. 귀국 후 기자들과의 만남을 사전에 통보해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 수 있는 판을 만들고 국감에서 자신에게 쏠린 관심을 우려해 바로 재출국하는 등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국회 정무위가 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과 신한금융 사태와 관련, 라 회장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보고 22일 개최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 한 것. 이미 27일까지 해외투자자들과 미팅을 한 후 귀국하겠다고 밝힌 라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 금융당국 고강도 문책 예고…내달 초 고비= 금융당국은 라 회장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사장은 물론 실명제법 위반으로 제재가 예고된 라 회장, 내부 통제 절차를 어긴 이 행장까지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신한사건에 대해 경영공백 등을 감안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5월과 6월 실시한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감사에서 이미 정황을 확인했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작년 5월 검사가 끝난 뒤 (차명계좌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볼 수 없었다는 보고를 언뜻 들은 적이 있다”며 “실명제법은 구체적으로 인적자료가 있어야 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검사반장이었더 안종식 실장도 “차명계좌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차명계좌가 일부 있었다는 정황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수사 중이었고 원본서류가 검찰에 압수 중이라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달 4일 예정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직무정지 상당의 제재를 결정하고 금융위가 확정하면 라 회장은 리더십이 훼손되기 때문에 자진해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 이사회도 그 이후에야 열릴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이전에 이사회를 잡아봤자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이에 11일 저녁 해외출장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한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라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 행장은 금융당국에 대한 소명과 국정감사 준비 등 현안 처리, 조직의 조기 안정 등 이른바 ‘신한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라 회장, 신사장, 이 행장으로 이어지는‘빅3’가 동반 퇴진하거나 순차적으로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제3의 인물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사태 수습에 들어간다는 시나리오다.

‘포스트 라응찬’으로는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 류시열 신한금융 비상근이사,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 회장 사퇴, 회장과 사장 직무대행 선임 등 신한금융의 향배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CEO간에 촉발된 이번 사태의 해결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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