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차그룹, 현대건설 주인 자격 있나

입력 2010-08-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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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현대가(家)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 인수자로 현대자동차그룹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를 인수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내부적으로 '물밑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막강한 인수후보자로 거론되는 가장 큰 배경은 3조~4조원대로 추산되는 현대건설 인수 자금을 차입을 하지 않고도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유동성이다. 또 범 현대가에서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인수하는 게 옳다는 '명분'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옛 신문을 펼쳐놓고 과거를 한번 차곡차곡 짚어보자. 현대차그룹이 정말 유동성이 풍부한 이유로, 또 장자란 이유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 것인 지.

지난 2000년 11월경으로 돌아가 보면, 당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정몽구 회장을 수차례 찾아 갔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정몽헌 회장이 예고 없이 양재동 사옥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또 지방 출장이라는 이유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만나주지 않았다.

심지어 현대차그룹은 11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건설을 도와줄 수 없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소액주주 및 투자자 이익 보호 ▲계열분리 역행 불가 ▲법인과 개인의 공사(公私)구분 ▲자동차 산업 100만종사자의 고용안정 등 때문에 현대건설을 도와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신문을 보면 "현대그룹 측이 현대차의 지원 거부 소식에 정몽구 회장이 상징적 지원만 해 주더라도 심리적으로, 또 시장에 주는 시그널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또 현대건설 관계자도 "현대차를 비롯한 가족 회사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현대건설이 많은 지원을 하면서 키워왔는데 막상 현대건설이 어려움에 처하자 '왕따'를 시키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비정한 형'으로 정몽구 회장이 묘사되는 등 여론이 등을 돌리자, 금융 감독 당국이 나섰고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만남이 성사돼 현대건설 자금난의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보였다.

정몽구 회장은 정몽헌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모비스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2.69%)을, 기아차는 현대전자의 현대오토넷 지분(78%)을, 인천제철은 현대건설의 인천철구공장을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총 1조원대의 자금을 현대건설에 지원키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2001년 3월 30일 정몽구 회장은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김각중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현대건설 지원 불가 의사'를 밝혔기 때문. 2000년 11월 16일 지원을 약속하겠다는 말을 뒤집은 것이다. 게다가 이 발언이 2001년 3월 21일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계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씁쓸하다.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그룹의 오너이자 최고 경영자라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그러지 못했다.

정 회장은 수차례 "현대건설에 관심이 있었다면 현대엠코를 설립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와서 현대건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룹 시너지를 위해서인가? 만약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19위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의 현대엠코가 있지 않은가.

현대가의 계승이라는 명분은 과거 시장에 던졌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변명으로는 약하다. 지금에라도 정몽구 회장은 과거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기며 과연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자문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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