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에 몰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출자사들의 상호 고통분담을 전제로 새로운 중재안이 제시됐다.
출자사들의 고통분담으로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삼성물산은 일단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 사업이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지 주목된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출자회사인 롯데관광개발, KB자산운용, 푸르덴셜 등 3개사는 오는 22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30개 전체 출자사가 자금조달에 기여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롯데관광개발(15.1%), KB자산운용(10%), 푸르덴셜(7.7%) 등 3개사는 재무적.전략적 투자자의 대표회사로 전체 지분율이 32.8%에 이른다.
이들 3개사가 제시한 중재안에 따르면 삼성물산 등 17개 건설투자자에 대해서는 총 9500억원의 지급보증을 요구했다.
이는 당초 건설사에게 내년까지 땅값 등으로 투입될 2조원에 대한 보증을 요구한 것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지급보증 시기도 올해 3분기(2500억원)부터 2012년 1분기까지 분기별로 1년 반(5분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보증하도록 했다.
이들 3개사는 건설투자자 외에 5000억원 규모의 빌딩정보시스템(BIS) 시공권을 갖는 삼성SDS에 대해서도 500원의 별도 지급보증을 제안했다.
코레일에 대해서는 토지대금을 담보로 ABS를 발행할 수 있도록 반환채권을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다.
담보 규모는 계약금 8000억원을 포함해 내년까지 납부해야 할 중도금 1조원 등 총 1조8234억원이다.
한 출자회사 관계자는 "만의 하나 코레일이 토지대금을 반환채권으로 제공한 후 사업이 중단되는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이번 사업을 계기로 용산역세권 부지가 용적률 608%의 복합개발용지로 바뀌어 토지의 부가가치가 상승한 만큼 코레일이 큰 부담을 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내년까지 코레일에 납부해야 하는 1500억원의 분납이자에 대해서는 437억원의 별도 이자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으로 오는 2015년까지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들이 주장해온 유상증자 부분은 30개 전체 출자사가 지분 비율에 따라 총 3000억원을 증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관광개발 등 3개사는 22일 열리는 긴급 이사회에서 이런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하고, 다음달 6일까지 출자사별로 수용 여부를 결정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번 중재안은 지난달 22일 삼성물산이 이사회에 제시한 자금조달 방안과 이의 '수용불가'를 주장해온 코레일의 입장을 반영한 '절충안'이어서 이사회 논의를 통해 받아들여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서 땅값 조달을 위해 모든 출자사에 대해 지분율에 따라 2조원을 증자하고, 코레일에 납부할 토지대금 중 중도금 4조7000억원 전액을 준공때까지 무이자로 연기해줄 것, 2조원 내외로 추산되고 있는 분납이자와 현가감소분을 면제해달라고 주장해 갈등의 단초를 제공했다.
3개 출자사는 중재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2012년 착공 전까지 자금조달계획이 확정돼 매년 반복되던 토지대금 미납사태를 막을 수 있고 착공 후에는 시설매각과 분양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코레일 양측의 이견이 팽팽해 합의안이 쉽게 도출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코레일 관계자는 "계약금 10%는 땅값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손해배상의 성격이어서 계약금마저 담보를 제공할 경우 문제 발생시 받을 길이 없어진다"며 "이사회 이후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출자사들이 계약금 납부에 대한 별도 이행보증을 하지 않는 한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출자사의 유상증자 방안에 대해서는 "출자사 전체가 합의한다면 검토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시공회사 대표인 삼성물산은 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사외에 다른 출자사들이 나서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라면서도 "건설회사에만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