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상황 직전까지 갔던 성지건설이 만기도래한 어음결제를 마치면서 저승 문턱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지만 1차 부도 사태는 건설업계에 위기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건설사들은 이번 성지건설의 1차 부도를 사실상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 이후 건설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성지건설의 1차 부도소식이 전해지자 위기감이 극대화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구조조정에서 약 15개사 정도가 퇴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거론되고 있는 기업은 D사, J사, S사 등으로 해당 업체들은 구조조정이 실시되기 전 부도 처리 될 수 있다는 루머가 나돌면서 위기감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끼고 있다.
S건설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하기 이전에 4~5개의 건설사가 부도를 맞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만으로도 해당 업체는 자금을 구하지 못해 무너질 수 있다"고 민감한 반응을 내비쳤다.
◇ 은행권 자금줄 막아 건설사 부도 부추겨=
공포감이 극대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정부가 구조조정을 신속한 마무리를 지어줬으면 하는 눈치다.
일부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이 구조조정이 임박해 있다는 이유로 건설사들에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을 내주지 않고 있어 자금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성지건설의 1, 2차 만기어음이 고작 23억5000만원이라는 사실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것. 성지건설이 간신히 돈을 구해 최종 부도는 면했지만 제2, 제3의 성지건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분양은 팔리지 않고 PF이자는 계속 돌아오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자금줄이 막혀 소액의 어음이라도 막을 수 없게 된다"며 "현재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대출을 꺼리고 있어 일부 건설사들은 단돈 몇푼도 빌려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이달 말 건설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명단 발표에 앞서 채권은행들은 오는 14일까지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위험도도 세부평가 등을 실시하고 20일 금융감독원에 최종 보고할 방침이다.
◇ 건설사 퇴출 근본원인 해결해야=
건설사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근본적인 원인은 미분양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년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남아있는 전국 미분양 물량은 11만여 가구로 이 중 악성 미분양이라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5만여 가구가 넘는다.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비중이 높고 미분양이 많은 주택전문 건설업체는 구조조정 발표 이전이라도 부도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 처해진 것.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에서 입주를 미루고 잔금 납부 연체가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계약 파기 상황까지 이르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사는 부도 직전까지 내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