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 도시기반시설 장례문화센터 가보니

입력 2010-01-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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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故최종현 전 회장 유지따라 기부

▲세종시 은하수공원 내 장례문화센터의 화장장 건물
추위가 주춤하던 지난 15일 오후.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충남 연기군 거리 곳곳에는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를 둘러싸고 가열되고 있는 지역 민심과 정치권의 대치 상황을 체감케 했다.

도로 좌우에는 '원안 사수' 등의 구호를 적은 깃발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간간히 '수정안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적힌 현수막도 보였다. 수정안 발표 이후 여야 정치권과 여러 이익집단이 벌이는 팽팽한 긴장감은 토지 기반공사로 인한 어수선함과 함께 세종시에서 느낀 첫 분위기였다.

그러나 막상 세종시에 첫번째로 완공된 도시기반시설인 은하수 공원 내 장례문화센터로 들어서자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장례시설의 엄숙을 반영한 듯 수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듯 고요함만이 남아있었다.

준공식 후 사흘만인 지난 15일 찾아간 세종시 은하수공원 내 장례문화센터는 SK가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고(故) 최종현 전 회장의 유지에 따라 세종시에 기부한 것이다.

▲세종시 은하수공원 내 장례문화센터 전경.
1998년 8월 폐암으로 타계한 최 전 회장은 평소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생전에 헬기를 이용해 울산 정유공장에 자주 다녔던 최 전 회장은 땅을 내려다 보며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면에서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상의 산소를 잘 모시려고 하는 우리나라 장묘문화의 개선만이 좁은 땅덩어리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실제 최 전 회장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SK는 애초 최 전 회장의 뜻에 따라 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을 지으려 했으나 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2007년 말 세종시에 터를 확보, 500억원을 들여 2년여의 공사 끝에 국내 최고의 화장시설을 완공했으며 준공식과 함께 세종시에 곧바로 기부했다.

장례문화센터는 총면적 36만㎡로 화장로 10기를 갖춘 화장장, 2만1442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 봉안당, 접객실과 빈소 각 10개소를 갖춘 장례식장, 홍보관 등과 함께 각종 부대 편의시설을 갖췄다.

고급 마감재 등을 사용한 장례식장은 서울시내 일류병원 수준이고, 화장로의 하루 처리 능력은 30기로, 자동화된 최첨단 무공해 시스템을 통해 분진과 냄새, 매연을 완벽히 처리하는 무색·무취·무연을 실현할 수 있도록 시공됐다. 특히 올해부터 강화되는 다이옥신 배출규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지난 2007년 설계 당시부터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세종시 은하수공원 내 장례문화센터의 봉안당 내부 모습
입구에 대형 예술조감품을 설치해 놓은 봉안당은 외양만으로 보면 미술관으로 착각할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장례문화센터의 홍보관은 고대 이후 우리나라 장묘문화 변천사와 세계 선진국의 장례문화, 화장의 역사와 장점, 수목장·바다장·산호장 등 각종 자연장을 소개하는 전시·영상물로 꾸며졌다. 또한 이곳에는 방문객들이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 '모바일 유언장'을 작성해 멀티스크린에 공개하는 체험을 통해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한 부스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장례문화센터를 둘러싼 은하수공원은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등 6만8000㎡ 규모의 자연장 부지와 일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시설을 함께 갖췄다.

SK 관계자는 "화장률이 선진국 수준인 70%를 웃도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와 달리 전통 매장문화가 뿌리 깊은 농촌지역의 화장율은 연전히 50%를 넘지 못한다"면서 "더욱히 세종시 주변 충청지역의 화장율은 40~42%로 전국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데 이번 장례문화센터 개관으로 이 지역의 화장율 제고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납골 봉안당 앞 설치된 조각품
신도시의 핵심 기반시설인 종합 장례시설이 민관 협력으로 조성돼 세종시의 자족기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됐다.

정진철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세종시 내 산재해 있는 2만4000여 기의 묘지를 이전하고 도시 내 장사수요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시설의 건립이 절실한 과제였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SK가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장례문화센터를 건립해 기증함으로써 어려운 문제 하나를 덜 게 됐다"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도 "주민 반대 등으로 부지 선정조차 여의치 않은 화장시설을 세종시 건설 초기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회적 갈등에 따른 경제 비용의 낭비를 원천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 청장은 "현재 예산기준으로 25% 정도의 공사가 진행됐으며 차질이 빚어지거나 지연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20% 정도가 개발보상비로 지급됐고 5%가 도로 등 인프라 조성에 투입된 초기단계라 도시의 용도가 바뀌더라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업용 용지는 현재 30만 평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 1차 선정기업 이후 추가로 입주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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