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전 건설, 체르노빌 이후 40년 만에 최다⋯AI 전력ㆍ에너지 위기에 불붙었다

입력 2026-11-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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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중 79기ㆍ계획 단계 포함하면 201기
중국 38기로 절반 차지⋯계획 중인 원전도 42기
유럽 탈원전 기조 흔들리고 미국ㆍ일본도 증설
SMR 안전기준ㆍ핵연료 공급망 정비는 과제

▲중국 하이난성에서 지난달 22일 창장 원자력발전소 4호기 건설이 한창이다. (하이난(중국)/신화연합뉴스)
▲중국 하이난성에서 지난달 22일 창장 원자력발전소 4호기 건설이 한창이다. (하이난(중국)/신화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수가 79기로 40년 내 최다 수준으로 늘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높은 전력 수요와 에너지 안보 우려가 맞물리면서 원전 건설이 가속화하고 있다.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원자력협회(WNA) 집계에서 지난달 16일 기준으로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79기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올해 착공한 11기가 포함됐다. 이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91기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79기 가운데 중국이 38기로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인도는 8기, 러시아는 7기다.

앞으로 15년 안에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획 단계의 원전까지 포함하면 201기에 이른다. 계획 단계 원전도 중국이 42기로 독보적이며 러시아 23기, 인도 14기가 뒤를 이었다. 가동 중인 원전은 443기다. 노후 원전의 폐로를 고려하더라도 2040년께 세계 원전 가동 대수는 600기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원전 확대의 배경에는 우선 AI 보급이 있다. AI용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란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한 것도 원전 확대 배경이다. 화석연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전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탈탄소 정책과 병행할 수 있도록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2011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유럽에서는 탈원전 흐름이 강해졌지만 최근에는 방향이 바뀌고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웨덴과 벨기에 등이 탈원전 정책을 철회했다. 프랑스는 원전 최대 14기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원전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월 “원전에서 등을 돌린 것은 전략적으로 잘못된 일이었다”면서 탈탄소와 에너지 확보를 위해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미국에서는 AI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SMR 개발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800억달러(약 107조원) 규모의 원전 증설 프로젝트 추진에 나섰다.

신규 원전 건설 논의가 정체됐던 일본에서도 최근 원전 회귀 움직임이 나타났다. 2040년대까지 원전 2~5기를 대체 건설하고 2050년대까지 9기를 추가해 총 11~14기를 확보하는 것이 정부 목표다.

원전 회귀는 연료인 우라늄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조사기관 트레이드테크에 따르면 우라늄 장기계약 가격은 9월 말 기준 파운드당 97달러로 2007~2008년에 기록한 기존 최고치인 95달러를 18년 만에 넘어섰다.

원전의 급속한 확대에 따른 과제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70종의 SMR 설계가 진행되고 있지만 안전기준 마련은 뒤처져 있다. 규제 당국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원전 가동에 필요한 핵연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라늄을 채굴한 뒤에는 전환·농축·가공 등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농축은 핵무기 제조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이어서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는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아톰과 영국에 본사를 둔 우렌코 등으로 제한돼 있다. 차세대 원자로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은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지만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기술에 의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렌코의 크리스 우드 부사장은 “서방의 주요 농축 사업자로서 고객 수요에 부응하겠다”면서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 있는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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