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맺어도 '역외산' 묶일 판…산업가속화법(IAA) 입법에 차별 우려
정부, '역내산 동등 인정' 외교 총력…11월 중 통상교섭본부장 방유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필두로 전방위적인 보호무역 공세를 펴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와 환경 규제 우회 차단을 내세운 조치지만, 자동차·철강·배터리 등 대(對)EU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주력 산업에는 타격이 우려된다.
이에 정부는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이달 중 최고위급 현지 아웃리치(외교적 설득)에 나서는 등 수출 피해 최소화와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2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EU가 연달아 무역 장벽을 높이는 핵심 배경에는 '자국 산업 보호'와 '시장 통제력 강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EU는 올해 철강 등 탄소다배출 수입품에 CBAM을 시행한 데 2028년 1월부터는 적용 범위를 철강·알루미늄의 하류제품(자동차 부품, 가전 등)까지 전격 확대하기로 했다.
기초소재에만 탄소 비용을 부과하면 기업들이 완성품이나 부품 형태로 수입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다.
현재 EU가 입법이 추진 중인 '산업가속화법(IAA)' 역시 강력한 역내산 우대 기조를 담고 있다. 역내 공급망을 강화해 외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EU가 개시하기로 한 외국산 하이브리드 신차 대상 글로벌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는 급증하는 수입 물량으로부터 역내 자동차 산업 붕괴를 막겠다는 EU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EU의 겹겹이 쌓인 무역 장벽은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이 EU와 FTA를 체결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EU의 신규 법안들이 규정하는 역내산 범위에는 원칙적으로 EU 27개 회원국 내 생산분만 인정되기 때문에 심각한 통상 차별에 직면할 수 있다.
FTA는 양국 간 거래 시 관세를 낮추는 협정일 뿐 영토적 개념의 역내산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어서 IAA가 원안대로 입법될 경우 한국산 부품과 최종재는 고스란히 '비(非)EU 역외산'으로 묶이게 된다. 이 경우 역내산 의무 사용 비율이나 친환경 보조금 혜택 등에서 배제돼 FTA 무관세 혜택 자체가 무력화될 위험이 크다.
2028년 하류재로 확대되는 CBAM 역시 복잡한 부품 공급망 탓에 개별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자체 산정하기 어려워 중소·중견 부품 협력사들의 행정적·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세이프가드 조사가 역내 산업 피해 인정으로 결론 날 경우 추가 관세 부과나 쿼터 제한이 발동돼 친환경차 전환기 실적을 견인해 온 한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출길에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는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가동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23일 업계 설명회를 열어 규제 정보를 공유했으며, 개별 대응이 어려운 하류재 수출 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외교적 설득(아웃리치)도 본격화한다. 우리 정부는 EU 측에 한국이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창출해 온 핵심 FTA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산 공급망을 EU 역내산과 동등하게 인정해 달라'는 논리를 앞세워 설득에 나선다.
이를 위해 박정성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달 중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유럽의회와 집행위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고위급 아웃리치를 추진한다.
하이브리드차 세이프가드 조사에 대해서는 방어권 행사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국무역협회·코트라KOTRA 및 현지 진출 기업 네트워크를 동원해 공동 의견서를 제출하고, 양자 협의 등 다각적인 통상 채널을 가동해 시장 접근권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