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 주식 판 돈 '다음 날' 찾는다…오늘부터 급전 대출 금리도 5%대 인하

입력 2026-11-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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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결제주기 하루 단축하는 로드맵 초안 공동 발표
내년 전산망 개편 후 6개월 시험 거쳐 2028년 시행
배당 막차 하루 늦춰지고 미수 반대매매 하루 빨라져
복잡한 외국인 결제 절차도 12단계서 5단계로 압축

▲T+1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 (사진제공=한국거래소)
▲T+1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이르면 2028년부터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면 이틀 뒤가 아니라 바로 다음 거래일에 매도 대금을 손에 쥐게 된다. 1972년 국내 증시에 'T+2일(매매 체결일로부터 2영업일 뒤) 결제' 제도가 도입된 지 50여년 만의 대수술이다. 결제주기가 단축되기 전이라도 개인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 효과를 미리 체감할 수 있도록, 주식을 판 돈을 담보로 당일 현금을 미리 빌려 쓰는 매도대금담보대출 금리는 이달부터 연 7.5~10% 수준에서 5% 중·후반대로 낮아진다.

2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증권시장 결제주기 단축 로드맵'을 공동 발표했다. 미국이 2024년 5월 T+1일 결제를 도입한 데 이어 유럽연합과 영국이 내년 10월, 홍콩이 2028년 하반기를 목표로 결제주기를 하루로 줄이는 추세에 발맞춰 우리 증시도 결제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결제 대기 시간이 이틀에서 하루로 줄어들면 거래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미결제 위험이 크게 줄어들고, 올 상반기 하루 평균 거래대금인 100조800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투자자들에게 연간 1814억원 규모 자금 운용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 10월 전산망 개편 후 2028년 전면 시행

이번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은 내년 10월까지 청산·결제 핵심 전산망 개편을 먼저 끝낸다. 이어 국내외 금융회사들이 2028년 1분기까지 자체 전산 개발과 업무 체계 개편을 마무리하면, 최소 6개월 이상 시장 전체가 참여하는 통합 시험 가동을 거쳐 2028년 중 하루 결제 체제로 최종 전환한다.

이를 총괄하기 위해 올해 12월 업권별 세부 업무 표준안을 배포하고, 내년 1분기에는 금융당국 중심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와 전문 사업관리조직도 출범시킨다. 당초 시장 일각에서는 유럽 도입 시점인 내년 10월 전후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유관기관들은 시장의 물리적 준비 시간을 고려해 약 2년 1개월 준비 기간을 두기로 했다.

현재 주식 거래가 체결된 뒤 실제 돈과 주식이 오가기까지는 주문 확인과 착오 정정, 거래 보증, 대금 상계, 환전, 최종 승인 등 열 단계가 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제주기를 하루로 줄이려면 이틀 동안 나눠 하던 업무를 야간 거래가 끝나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새 처리해야 하므로, 국내 618곳이 넘는 증권사와 은행, 자산운용사가 전산망과 야간 근무 체계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

특히 국내 증시 시가총액 38.9%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 결제 지연 우려가 도입 시점을 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과 유럽 투자자는 한국 증시가 문을 닫는 오후 8시 무렵에야 현지 하루 일과가 시작되는 시차 문제를 안고 있는 데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에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결제 대금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크다.

실제로 유관기관이 해외 증권사와 보관은행, 기관 투자자 32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84.4%인 27곳이 2028년 하반기 이후에 제도를 시행하길 원했고, 3분의 1인 7곳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면 한국 증시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결제 실패율이 7.14%에 달하는 유럽이나 2~3% 수준인 미국과 달리 한국 증시는 결제 실패율이 사실상 0%에 가까운 세계 최고 수준의 결제 안정성을 자랑하는 만큼, 충분한 검증 기간을 거쳐 이 강점을 지켜내겠다는 것이다.

배당 막차 하루 늦춰지고 외국인 결제 5단계 압축

2028년 하루 결제 제도가 시행되면 일반 주식은 물론 상장지수펀드와 상장지수증권, 주식워런트증권까지 모두 매매 다음 날 결제된다.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파는 주문 방식은 지금과 똑같지만, 돈과 주식이 계좌로 들어오는 날만 하루 빨라진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주식을 팔면 지금은 수요일에 현금을 인출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화요일에 바로 돈을 찾아 쓸 수 있다.

대신 주식을 산 사람도 매수 대금을 하루 빨리 내야 한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미수거래 투자자의 경우 매수 다음 날까지 미수금을 채워 넣어야 하며, 제때 돈을 갚지 못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시점도 매수 사흘 뒤에서 이틀 뒤로 하루 앞당겨진다. 주문을 잘못 냈을 때 증권사가 이를 바로잡는 착오매매 정정 신청 시한 역시 거래 다음 날 오후 3시 30분에서 거래 당일 밤 8시 30분으로 크게 짧아진다.

배당이나 유상증자 권리를 받기 위해 주식을 사야 하는 날짜도 하루씩 뒤로 밀린다. 주식을 산 다음 날 바로 주주 명부에 이름이 오르기 때문에, 배당을 받으려면 기존처럼 배당기준일 이틀 전이 아니라 배당기준일 하루 전까지만 주식을 사면 된다. 배당을 받을 권리가 사라져 주가가 배당금만큼 조정되는 배당락일 역시 기준일 하루 전에서 기준일 당일로 바뀐다.

가장 복잡한 외국인 투자자의 결제 절차는 대폭 자동화된다. 예탁결제원이 자체 자동 매칭 전산망을 개발하고 미국 예탁결제청산공사의 중앙매칭시스템과 전용회선으로 직접 연결해, 기존 열두 단계에 달하던 외국인 결제 절차를 다섯 단계로 대폭 줄인다.

외환당국 역시 올해 7월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한 데 이어 내년 1월 한국은행 24시간 역외 원화결제망을 본격 가동해 외국인이 새벽 시간대에도 원화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오늘부터 급전 대출 금리 낮춰 이자 150억 절감

결제주기 단축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투자자와 금융회사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선제 조치는 당장 이달부터 가동된다. 우선 2일 미래에셋증권과 20일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주요 증권사들이 중·저금리 매도대금담보대출 상품을 순차적으로 내놓는다.

그동안 주식을 판 개인 투자자가 결제일 전에 급전이 필요해 매도대금담보대출을 이용하려면, 대출 기간이 하루 이틀로 짧고 거래소가 결제를 보증해 떼일 위험이 사실상 없는데도 연 7.5~10%에 달하는 높은 이자를 내야 했다.

앞으로는 한국증권금융이 투자자예탁금 운용수익률 수준의 저렴한 금리로 증권사에 대출 재원을 빌려주고, 증권사는 이를 활용해 대출 금리를 연 5% 중·후반대로 낮춰 공급한다.

이 제도가 주요 증권사 열두 곳으로 확대되면 투자자 1인당 이자 부담이 약 25% 줄어들어 개인 투자자 전체적으로 연간 약 150억원의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 투자자와 증권사의 자금 압박을 덜어주는 조치도 앞당겨 시행된다. 예탁결제원은 외국계 증권사 등이 주식을 일찍 넘겨받기 위해 맡기는 결제촉진대금 담보를 현금뿐 아니라 장내 시장에서 받을 예정인 증권까지 넓히는 개편을 이달 중 마무리해 담보 부담을 절반 이상 줄여주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내년 1월부터는 결제일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이미 결제가 끝난 물량을 반영해 거래증거금을 다시 계산함으로써 증권사가 묶여 있던 자금을 일찍 찾아 쓸 수 있게 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주식 결제대금을 한 번에 다 내지 않고 나눠 낼 수 있는 분할 납부도 허용할 방침이다.

유관기관들은 다음 달 18일까지 전용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번 로드맵 초안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계획을 다듬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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