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제언] 심리상담의 새 영역 ‘취향 발견’

입력 2026-10-29 06:0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취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취향을 대신 만들어 주는 환경에서 자기 취향을 스스로 발견하는 감각이 위축된 상태에 가깝다. 이 감각을 스스로 되살릴 여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취향을 다시 찾아가도록 돕는 임상적 동반이 필요할 수 있다. 취향 발견이 심리상담의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열리는 지점이다.

심리학이 오래전에 확인한 것이 있다. 취향은 유전적으로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통과하며 자란다. 스스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율성, 그 시도가 실패해도 안전하게 조정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반복 속에서 자기 효능감이 쌓이는 시간. 이 세 조건이 갖춰진 환경에서 개인의 취향은 서서히 자기 형태를 갖는다. 알고리즘 환경은 이 조건 중 첫 번째를 조용히 대체해 왔다. 나 대신 무엇이 나에게 어울릴지 시스템이 결정해 주기 시작하면서, 자기 취향을 시도하고 점검하는 자율성의 근육이 쓸 자리를 잃었다.

여기서 취향에 대한 통념 하나를 다시 물어야 한다. 취향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가 감성 영화를 좋아하는가는 표층의 결과일 뿐이다. 그 아래 층위에 훨씬 안정적인 개인차가 있다. 어떤 대상을 만날 때 분석하며 몰입하는가, 아니면 그대로 수용하며 몰입하는가. 세부에 집중해 파고드는 방식으로 즐기는가, 전체 분위기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즐기는가. 이 처리 양식은 관심 대상이 재즈에서 산책으로, 등산에서 잠수로 옮겨가더라도 그대로 유지된다. 분석하며 몰입하는 사람은 계속 분석 모드로 진입하고, 수용하며 몰입하는 사람은 계속 수용 모드로 진입한다.

이 층위에서 자기 이해가 생기면 한 가지 결정적 변화가 일어난다. 사용자는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개별 목록 앞에서 ‘이 대상이 내 몰입 모드와 맞을까’를 스스로 물을 수 있게 된다. 취향의 판단 근거가 시스템 바깥이 아니라 자기 안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무엇을 좋아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좋아하는가. 이 질문이 자기 안에 자리를 잡을 때 사용자는 낯선 대상 앞에서 자기 반응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는 언어를 얻는다.

취향 발견을 돕는 상담이 겨냥해야 할 자리가 여기다. 좋아할 만한 것을 대신 골라 주는 자리가 아니라, 자기가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차리는 감각을 함께 관찰해 주는 자리. 그러나 이 방향에는 반드시 짚어야 할 자기모순의 위험이 있다. 심리검사가 결과를 처방하는 순간, 그것은 알고리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될 뿐이다. 사용자는 여전히 자기 밖의 시스템에서 답을 받게 되고, 알고리즘에 취향을 위탁하던 구조가 이름만 바꿔 다시 돌아온다. 이 함정을 피하려면 심리검사는 답을 좁혀 주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 관찰의 언어를 제공하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결국 취향은 알고리즘이 주는 것도, 심리검사가 결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자기 처리 양식을 알아차리고 그 위에서 낯선 대상을 스스로 마주하는 시간의 축적이다. AI 시대에 심리상담이 개척할 새 영역은 답을 대신 골라주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고르는 회로를 되살리는 자리에 있다. 취향은 배달되는 결과가 아니라, 자기 관찰의 언어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 언어는 누가 대신 처방해 줄 수 없다.

한유진 | CASA 융합심리연구소 소장 | 한국아동미술치료학회 교수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일본기상청이 본 강력 태풍 '인파'…경로 수정
  • 美연준, 중간선거 앞두고 금리 동결⋯12월 추가 인상 가능성
  • 삼성전자, 오늘 3분기 확정실적 발표⋯반도체 이익 100조 넘었나
  • 그린벨트 풀어 5만 가구 공급한다더니⋯2년 다 돼가도 착공은 먼 길
  • T1, MKOI 꺾고 월즈 8강 진출
  • 고장 나도 기다리고, 고쳐도 또 고장⋯LH 임대주택 수선의 그늘
  • 뉴욕증시, 연준 결정에 안도하며 상승⋯나스닥 0.3%↑
  • 9000선서 5000선까지 버틴 개미…6000선 반등엔 '팔자'
  • 오늘의 상승종목

  • 10.2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9,021,000
    • +1.16%
    • 이더리움
    • 3,165,000
    • +1.09%
    • 비트코인 캐시
    • 387,600
    • -0.92%
    • 리플
    • 1,778
    • +0.57%
    • 솔라나
    • 137,400
    • +1.85%
    • 에이다
    • 277
    • +0.73%
    • 트론
    • 442
    • +0.23%
    • 스텔라루멘
    • 231
    • +2.21%
    • 비트코인에스브이
    • 23,990
    • +4.17%
    • 체인링크
    • 15,830
    • +2.79%
    • 샌드박스
    • 64.03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

Web3 레이더

  • 주목 펀딩
    • 1 Ripple $500M
    • 2 Axis Robotics Seed $12M
    • 3 World OTC $52.5M
    • 4 Morpho $175M
  • 인기 프로젝트
    • 1 LayerAI Infra 인기지수 302
    • 2 NeoSoul Infra 인기지수 301
    • 3 Robinhood CeFi 인기지수 253
    • 4 TransCrypts Tools 인기지수 249
  • 토큰 언락 임박
    • HumidiFi 유통량 113% D-41
    • Allora 유통량 89% D-13
    • DAOBase 유통량 43% D-20
    • FLock 유통량 41% D-2
Source f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