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오가노이드 활용 나트륨 수송 기능 회복 관찰
돌연변이 무관 ‘범용 유전자 치료 전략’ 기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정병하 신장내과 교수 연구팀(제1저자 임선우 가톨릭의대 장기이식연구소 박사)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희귀 유전성 콩팥 질환인 ‘기텔만 증후군(Gitelman's syndrome)’을 치료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기텔만 증후군은 인구 약 4만명당 1명 발생하는 희귀 유전성 콩팥질환이다. 콩팥의 세뇨관에서 나트륨과 염소의 재흡수를 담당하는 나트륨-염소 공동수송체를 만드는 SLC12A3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소변으로 염분이 과다하게 빠져나가 전해질 이상으로 만성 피로와 심혈관계 합병증, 신경근육계 기능 마비 등 전신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원인 유전자를 바로잡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전해질을 보충하는 대증요법에 의존했다.
연구팀은 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교정이 근본적인 치료방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서로 다른 SLC12A3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2명(15세 남성, 49세 여성)의 혈액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를 만들고,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정상 SLC12A3 유전자 전체를 염색체의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부위인 AAVS1 위치에 삽입했다. 세이프 하버는 유전자를 넣어도 주변 유전자의 기능을 건드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현되는 영역으로, 돌연변이를 하나씩 고치는 대신 정상 유전자 한 벌을 통째로 넣기 때문에 다양한 돌연변이에 적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
교정한 줄기세포를 콩팥 오가노이드로 키워 확인한 결과, 나트륨-염소 공동수송체 단백질 양이 정상 오가노이드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정상 대조군을 100으로 놓았을 때 교정 전 환자1의 오가노이드는 55, 환자2의 오가노이드는 59였으나 교정 후 각각 89와 93으로 높아져 정상의 약 9할 수준을 기록했다. 세포막에 실제로 자리 잡은 수송체의 양도 교정 전 71과 63에서 95와 80으로 늘어, 의미 있는 증가폭을 보였다.
기능 회복도 확인됐다. 정상적인 콩팥에서 혈압 조절 호르몬인 안지오텐신 II(Angiotensin II)가 작용하면 나트륨-염소 공동수송체를 활성화하는 WNK4-SPAK-OSR1 신호전달체계가 가동된다. 교정 전후를 비교한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교정 전에는 안지오텐신 II를 가해도 이 경로가 반응하지 않았으나, 교정 후에는 정상 오가노이드와 같은 양상으로 반응했다.
티아지드 계열 이뇨제에 대한 반응도 약물 농도에 비례해 세포 내 나트륨이 줄어드는 방식으로 되살아났다. 해당 이뇨제는 나트륨-염소 공동수송체를 억제해 소변으로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기전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정상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나트륨 수송 기능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연구책임자인 정병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교정 기술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콩팥 오가노이드 기술을 결합해 유전성 콩팥질환의 근본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현재는 환자 유래 세포와 콩팥 오가노이드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개념증명(proof-of-concept) 단계로서 향후 유전자 전달 기술과 생리적인 유전자 발현 조절 기술을 발전시키고, 동물모델 등에서 장기간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장기이식연구소 및 신장내과 연구진과 이재영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연구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줄기세포 연구와 치료(Stem Cell Research & Therapy)’에 이달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