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투자금 회수 위험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현대차증권이 미국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했다가 거액의 손실을 입은 현대차 정몽구재단에 약 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현대차증권이 투자상품의 위험성과 원금 회수 가능성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4-1부(남양우·홍성욱·박재우 고법판사)는 지난 15일 정몽구재단과 현대차증권 간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증권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이 유지됐다.
이번 분쟁은 2018년 현대차증권이 정몽구재단에 미국 라스베이거스 복합 리조트 개발사업 관련 펀드를 추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대차증권과 투자일임계약을 맺고 있던 재단은 해당 상품에 약 158억77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투자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했다. 재단이 입은 손실은 151억900만원에 달했다. 재단은 투자 결정에 필요한 위험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2021년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차증권은 재단이 과거 부동산 대체투자 경험을 갖추고 있었던 만큼 상품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당시 확인 가능한 위험 요인도 설명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현대차증권에 고의적인 기망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과 원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손실액의 60%인 90억6540만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현대차증권이 작성한 투자 제안서에 담보를 처분하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원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 담긴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개발사업이 무산될 경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었지만, 재단이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현대차증권의 손해배상 책임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