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 박보경 "대학로 여배우들의 희망이라더라"(종합) [인터뷰]

입력 2026-10-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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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8년의 공백도 연기를 향한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배우의 꿈이 멀어질까 두려웠던 시간을 지나 다시 카메라 앞에 선 박보경은 작품의 흥행과 수상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이제 그는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박보경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진행된 tvN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을 마친 소감과 배우로서 걸어온 시간, 자신을 지탱해 준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로또 1등에 당첨되고도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 공은태(이준혁 분)가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오피스 드라마다. 박보경은 극 중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박현숙 부장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날 박보경은 "인터뷰를 하니까 이제 정말 끝난 것 같다"며 "어제 감독님과 식사를 했는데, 뭔가를 정리하고 끝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은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6.2%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보경은 흥행의 비결로 배우들의 호흡을 꼽았다.

그는 "첫 대본 리딩 때부터 배우들끼리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서로 말이 착착 붙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정말 어벤져스 같은 팀이었다. 모이기만 하면 수다를 떨어서 감독님이 얼른 촬영에 들어가자고 하실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박보경이 연기한 박현숙은 단호한 원칙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박보경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그는 "감독님이 박 부장은 사람들을 많이 쳐다보지 않고, 할 말이 있을 때만 정확하게 시선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그런 모습이 오히려 권위를 주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부장은 원칙이 중요한 사람이면서도 원칙 앞에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라며 "저는 리더십이 없는 편인데, 박 부장에게는 본받고 싶은 점이 많다. 인간관계에서 두 수 앞을 내다보는 모습이 닮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품을 통해 직장인들의 삶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 박보경은 "매일 어떻게 출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근하는 모든 분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해결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홀대해야 할 사람은 없다"며 "건강한 리더가 많고 성실한 직원이 많은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박보경에게 이번 작품은 단순한 흥행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랜 공백을 거쳐 다시 연기 현장에 선 그에게 2026년은 특별한 해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2026년은 저에게 인생의 로또인 것 같다. 상도 받고 작품도 잘되고, 제목을 따라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지금의 기쁨에 이르기까지 마냥 순탄한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보경은 출산과 육아로 약 8년간 연기 활동을 쉬었다. 그 시간 동안 배우라는 꿈이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는 두려움도 느꼈다.

박보경은 "육아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지내다가 언젠가 배우를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곁에서 꿈을 지켜준 가족 덕분이었다.

그는 "엄마는 딸인 저의 꿈을 항상 응원해 주셨다. 제가 일할 수 있도록 친정엄마가 함께 살아주셨다"며 "엄마 덕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아이들이 많이 컸지만 집에 어른이 계시니까 마음껏 나와서 일할 수 있다"며 "일이 많아지면서 남편도 쉬는 날에는 무조건 아이들과 있으려고 한다. 아이들이 불안함 없이 잘 커줘서 현장에 편하게 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남편인 배우 진선규 역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박보경은 "남편은 제가 계속 연기할 수 있도록 생각해 줬던 것 같다"며 "육아할 당시에도 '여보는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연기해. 내가 아이들 볼게'라고 이야기해 줬다"고 전했다.

그렇게 지나온 8년은 배우 박보경을 멈춰 세운 시간인 동시에, 한 사람으로서 더욱 단단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박보경은 "20~30대에는 오디션 하나에 떨어지면 너무 두려웠다"며 "육아를 하고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도 오디션을 보면 떨리고 상처를 받지만, 왜 떨어졌는지 물어볼 용기가 생겼다.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할 여유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실패가 두려웠다면 이제는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셈이다.

무엇보다 그를 뭉클하게 만든 것은 자신의 복귀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됐다는 사실이었다.

박보경은 "친한 후배를 만났는데 '누나는 대학로 여배우들의 큰 희망'이라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 후배의 아내도 배우인데 육아 때문에 일을 쉬고 있다고 했다. '8년만 기다리면 보경 언니처럼 현장에 나갈 수 있는 것이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누군가 저를 보면서 희망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상을 받은 것만큼 기분이 좋았다"며 "그 덕분에 앞으로의 행보를 더 잘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보경. (사진제공=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최근 여우조연상을 받은 순간도 떠올렸다. 박보경은 "정말 몰랐다. 머리가 하얘진다는 게 사실이더라"며 "남편이 수상 소감을 생각해 두라고 해서 엄마, 남편, 아이들, 대표님 정도만 생각해 놨는데 나머지는 모두 즉흥이었다"고 회상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선 무대에서 받은 상이었지만, 박보경은 수상의 기쁨만큼이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됐다는 사실을 소중하게 여겼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시즌2가 나오면 좋겠고, 이 작품처럼 좋은 작품을 또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보경은 인터뷰 도중 아이들이 자신을 촬영장으로 배웅하는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제가 현장에 갈 때 '엄마, 현장 잘 갔다 와. 수고해'라고 이야기해 준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울면서 엄마 가지 말라고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이제는 그때의 기억도 추억이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속 대사인 "과거가 현재를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만들지"라는 말을 되새겼다.

배우를 계속할 수 있을지 두려웠던 8년의 시간은 이제 누군가에게 희망을 건네는 이야기로 남았다. 박보경이 말한 '인생의 로또'는 흥행이나 수상만을 뜻하지 않았다. 다시 연기할 수 있게 된 지금,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버텨준 사람들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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