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산 사투리로 정치판 디벼보겠습니다”…개그맨 류정남의 도전

입력 2026-10-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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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S 시사 예능 ‘CH.다디B’ MC 맡아…“색깔 없이 시민 눈높이에서 정치 배우고 싶다”
22년 전 서울로 떠난 부산 토박이…“노인과 바다 이미지 안타까워, 지역만의 개그 문화 필요”
“오사카엔 개그맨들의 성지가 있는데 부산은 아쉬워…지역 문화의 첨병 되고 싶다”

▲개그맨 류정남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영인 기자 hihiro@)
▲개그맨 류정남씨가 기자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서영인 기자 hihiro@)

“경상도 말로 다 디빌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개그맨 류정남이 BBS 부산불교방송의 유튜브 시사 예능 ‘CH.다디B’ 진행을 맡은 이유는 단순했다. 부산 사투리로 정치판을 한번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정치 전문가가 아닌 시민의 시선에서 현안을 묻고, 정치인들의 답변을 들으며 함께 배워가는 프로그램이라면 자신도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류정남은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대다수 시민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지 않느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색깔을 드러내기보다 부산 시민의 입장에서 내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정치와 함께 호흡하며 배워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H.다디B’는 부산 사투리 ‘디벼라’에서 이름을 따왔다. 파헤치고 뒤집어 살펴본다는 뜻이다.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MC가 질문을 던지고 여야 정치인과 대변인 등이 답하는 방식으로 시사 현안을 풀어낸다.

류정남은 기존 시사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으로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시사 프로그램은 많지만, 우리는 모르는 상태에서 배워가는 것이 취지”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이브한 이야기, 시민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견해를 감추기보다 시민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웃음과 시사 정보가 충돌할 때는 사실관계 전달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정치풍자와 시사 예능이 부딪힐 때도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견해를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22년 전 부산과 지금, 마음이 안타깝다”

류정남은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연지초등학교와 초읍중학교, 경남공업고등학교를 거쳐 22년 전 서울로 올라갔다. KBS 공채 23기 개그맨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한 뒤 서울에서 생활해 왔다.

그가 고향 부산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애정과 아쉬움이 함께 담겨 있다.

류정남은 “22년 전 상경할 때와 지금의 부산을 비교하면 ‘노인과 바다’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위성도시로 인구가 빠져나가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부산이 더 어려워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본 오사카를 예로 들었다. 오사카는 개그맨들이 활동하며 성장하는 기반이자 간사이 지역 특유의 문화권이 형성된 곳인데, 부산에는 그런 토양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류정남은 “오사카에는 개그맨들의 성지라고 할 만한 곳이 있고, 간사이만의 문화권도 있다”며 “그런 문화가 부산에서는 만들어지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고, 서로 다른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지역 문화산업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부산에서도 지역의 말과 정서, 생활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고 성장할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첫 방송부터 ‘부캉이’ 열풍에 대한 질문

첫 회에서는 강철호 동구청장과 대담을 앞두고 있다. 최근 동구의 ‘부캉이’를 둘러싼 관심과 열풍도 질문거리다.

류정남은 부캉이 열풍을 바라보며 반가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했다. 그는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부산에 볼거리가 그렇게 없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지역 콘텐츠가 주목받는 현상을 단순히 반길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콘텐츠 하나에 관심이 집중되는지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지역의 매력을 보여줄 콘텐츠가 다양하게 축적돼 있다면 특정 콘텐츠의 인기가 부산의 문화적 빈자리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읽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그는 프로그램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출연자를 섭외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여성 아나운서를 비롯해 여러 직종에서 일하는 인물들이 참여하면 정치 현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과 전문가 중심의 토론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문제를 여러 관점에서 다루겠다는 구상이다.

“서울과의 문화 격차 줄이는 첨병 되고 싶다”

동료 개그맨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류정남은 “동료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축구 해설에 나선 최용수 감독을 바라보는 주변 반응에 비유하기도 했다. 개그맨이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동료들에게도 낯설고 의외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류정남이 기대하는 프로그램의 성과는 단순한 화제성이나 조회 수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CH.다디B’를 통해 부산을 새롭게 발견하고, 지역 현안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그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부산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재미있고 즐겁게 계속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보다 재밌는 방송’, ‘역시 류정남’이라는 평가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류정남에게 정치가 늘 가까운 분야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이후 이렇게 정치에 관심을 두고 정치가 내 삶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프로그램은 그에게도 정치와 시민의 삶을 다시 연결해 보는 도전인 셈이다.

그가 내세운 무기는 부산 토박이의 말맛과 개그맨의 순발력이다. 류정남은 “부산의 토종 개그맨으로서 강단을 보여주겠다”며 “미약하지만 많은 분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의 사투리로 정치판을 들여다보겠다는 시도는 이제 첫발을 뗐다.

류정남이 바라는 마지막 장면은 지역 방송 하나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만의 언어와 문화로 서울과의 격차를 좁히고, 지역에서도 전국이 주목할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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