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내과 전문의 응시, 43명→27명 감소
중증 COPD 산정특례로 환자 부담 완화 필요성
IPF 항섬유화제 건강보험 급여·신약 도입 시급

호흡기내과를 필수의료 분야로 공인하고 지원을 확대해 호흡기 질환 진료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료계 요청이 나왔다. 중증·난치성 폐질환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건강한 숨을 오래도록’이라는 주제로 ‘폐의 날’ 정책토론회 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호흡기내과의 필수의료 지정과 호흡기 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학회는 2003년부터 매년 10월 둘째 주 수요일을 폐의 날로 지정해 폐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회 소속 전문가들은 국내 호흡기내과 인력 붕괴와 중증·난치성 호흡기질환 환자들이 직면한 고충을 파악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회는 호흡기내과를 필수 의료 영역으로 인정하고 진료 인력 유지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부총무이사(서울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2026년 제정돼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호흡기내과를 필수의료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률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필수의료 분야를 지정하도록 명시했다.
이상민 부총무는 “팬데믹 당시 대외적으로는 감염내과 의사들의 노출이 많았지만, 실제로 병동에서 방역복을 입고 중증 환자들을 치료한 이들은 호흡기내과 의료진”이라며 “2025년 기준 폐렴이 국내 사망 원인 3위이고, 만성하기도질환은 남성 사망 원인 9위, 폐암은 암 사망 1위인 만큼, 팬데믹이 끝나도 호흡기내과는 여전히 필수 분야다”라고 말했다.
학회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호흡기내과 진료 인력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학회가 조사한 전국 호흡기내과 분과전문의 응시자 수는 지난해 43명에서 올해 27명으로 37.2% 감소했다. 강원·충청·전라·제주 등 주요 지역 수련병원 가운데 호흡기내과 신규 전임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민 부총무는 “전임의와 중환자 진료 인력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가 및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지역 간 의료 인력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요청했다.

호흡기 질환 가운데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COPD는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점차 기도가 좁아져 숨쉬기 힘들어지는 진행성 호흡기 질환이다. 복용하는 의약품뿐 아니라 흡입제,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해야 한다.
중증 COPD 환자는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경제 활동에 제약이 크다. 학회가 보라매병원 의료진과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 COPD 환자의 연평균 의료비용은 외래 31만1000원, 응급실 105만6000원, 입원 115만7000원, 약제비 122만2000원 등으로 조사됐다.
이진국 간행이사(건국대의대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중증 COPD 환자는 폐기능이 50% 미만이며 잦은 급성 악화를 겪는데, 급성 악화로 3회 이상 입원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0% 수준으로 웬만한 암보다 낮다”라며 “가정용 인공호흡기 사용으로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간병 부담이 중대한 만큼 산정특례를 적용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COPD 치료의 핵심인 흡입제는 일반 알약과 달리 복용법 체계 교육이 필수적이지만 현 진료 환경에서는 교육 수가가 없어 적절한 관리가 어렵다”라며 “COPD 및 흡입기 교육·상담 수가 신설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난치성 폐질환 치료제를 신속히 도입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재하 간질성폐질환(ILD)연구회 총무(인제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IPF)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률이 높지만 국내 환자들은 신약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하 총무는 “2023년 희귀질환 산정특례 신규 등록 사망자 중 24.2%가 IPF 환자이고, IPF는 희귀질환 중 요양급여비용 부담 1위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일본,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 주요 고소득 국가에서는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 등 기존 항섬유화제 2종에 모두 급여가 적용되는 반면, 한국은 IPF에 대해 피르페니돈 1종만 급여가 인정돼 부작용이나 약물 불응 시 대체 치료 기회가 박탈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재하 총무는 “최근 10여년 만에 3상 시험에 성공한 신약 네란도밀라스트를 비롯해 계속해서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은 행정적 문제로 신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크게 좌절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약 도입과 급여화는 단순히 재정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약제를 신속히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학회의 의견에 공감해 호흡기 질환 관련 수가와 환자 지원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도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산정특례의 경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보장 강화가 필요하다는 학회의 의견에 공감해 복지부가 건강보험공단과 논의 중이다”라며 “교육 및 상담 수가 역시 복지부에서 그 중요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현재 만성질환 환자들을 중심으로 관리료를 지급하는 제도에 호흡기 질환을 포함하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 사무관은 “흡입제 사용과 관련해서도 일차의료기관에서 환자 교육과 상담을 10분 이상 진행하는 경우 별도의 수가를 주는 시범사업을 구상 중이며, 을해 11월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시범사업 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