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에는 선거 이슈로 정부가 주목할 만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지 못했고, 그사이 대출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중저가 주택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작년 4분기에 시작된 중저가 주택의 상승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주된 원인은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한도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시가 15억원 이하가 6억원이나,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에 그친다. 소득이 뒷받침된다면 15억원 이하 주택은 다른 가격대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빌릴 수 있어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고 있다.
반면 고가 주택은 8월 3일 발표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고가 주택의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모두 지금보다 커지기 때문이다. 공사비 상승으로 강남권 재건축 분담금이 예상보다 커진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매수 예정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단지 소유자들은 이주비 대출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 고금리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고 있다. 고가 주택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이처럼 양극화된 시장 상황을 바탕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가 덜하고 수요가 많은 중저가 주택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쉽지 않아 보인다.
△고금리·대출 규제 지속·거래량 둔화
첫째, 주담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가 최소 두 차례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KB증권 리서치센터) 높은 금리 수준도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둘째, 가계대출 총량 관리는 연말까지 유효하며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주간 상승률이 둔화되고 월간 거래량도 줄고 있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뿐 아니라 상승세가 큰 중저가 주택 밀집 지역에서도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급 부족 우려는 제한적
넷째, 공급 부족 우려도 일부 완화되고 있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약 2만4000가구)은 최근 5년 평균(3만1000가구)의 약 77% 수준이지만, 정부가 세제 개편으로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있어 이를 상쇄할 만하다.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10월 11일 기준 7만4576가구(아실)로, 세제 개편을 발표한 8월 3일(6만409가구)보다 약 23% 늘었다.
△전세가 상승세 둔화
마지막으로, 매매가의 지지선인 서울 전세가의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다(한국부동산원 기준). 올해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서울에 집중된 입주 물량(약 2만6000가구)과 고금리가 일부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서초구의 주간 전세가격지수는 몇 주째 마이너스인데, 이는 대단지(반포래미안트리니원, 디에이치방배)의 입주 물량과 타 지역보다 큰 전세대출 부담 때문이다.
고가 주택은 가격 조정을 받고 있고, 중저가 주택은 가격 오름세 속에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재 상황이지만, 앞서 기술한 요인들은 세제 개편과 재건축 분담금 이슈 외에도 주택 시장을 더 위축되게 만들 것이다. 상급지 가격 상승이 지속되어야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생기고 유기적으로 중저가 주택의 상승세도 유지되는데, 고가 주택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한, 중저가 주택의 상승세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