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세무조사에서 상속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질문이 있다. “돌아가시기 전 2년간 계좌에서 인출된 돈은 어디에 썼습니까?” 오래전 부모의 금융거래를 모두 알기 어려운 상속인은 영수증부터 찾게 된다. 그러나 사용처를 설명하기 전에 과세관청이 제시한 인출금액이 제대로 계산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5조는 상속개시 전 1년 이내 재산 종류별 인출·처분금액이 2억원 이상이거나 2년 이내 5억원 이상이고 사용처가 객관적으로 불분명하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통장에 표시된 출금액의 합계가 그대로 세법상 인출금액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금 만기 후 다른 상품에 재예치하거나 계좌를 옮기는 과정에서 같은 돈이 여러 번 출금될 수 있다. 시행령 제11조는 일정한 계좌의 인출액에서 해당 기간의 예입액을 차감하되, 기존 인출금과 무관하게 별도로 조성된 자금은 차감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입금액의 원천이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차감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피상속인이 직접 거래한 계좌라면 상속인이 수년 전 입금의 경위를 알거나 증빙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입금의 원천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돈을 전부 별도 조성 자금으로 취급해도 될까.
이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은 입금액이 기존 인출금과 무관하게 별도로 조성된 자금이라는 사실은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2002. 2. 8. 선고 2001두5255 판결). 당시 계좌 인출액은 약 7억1000만원이었지만, 별도 조성 자금을 제외한 입금액이 약 8억9000만원에 달해 해당 예금 인출에 관해 과세가액에 산입할 금액이 없다는 원심 판단이 유지됐다.
오래된 판결이지만 현행 시행령도 관련 계산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조사 대응에서는 계좌별 입출금 내역과 자금 이동을 먼저 대조하고, 차감되지 않은 입금액이 왜 별도 조성 자금으로 판단됐는지 과세관청의 근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인출금액이 적법하게 산정된 후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면 그 용도에 관한 납세자의 소명은 별도의 문제다.
상속인이 모르는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과세관청의 계산이 옳은 것은 아니다. 사용처에 관한 소명과 인출금액 산정의 입증책임을 구분하는 것이 상속세 조사 대응의 출발점이다.
김경희 법무법인 세종 세무사



